[기자수첩] 반복되는 책임 공방과 적극행정의 요원함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관련 지자체·관계기관 간 '네 탓 공방'을 보면서 지난달 개인적으로 겪은 일이 떠올랐다.
당시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국내 산지(山地) 태양광 시설의 안전성을 취재하고 있었다.
에너지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국내 산지 태양광 중 경사도 기준(15도)을 초과하는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관련 지자체·관계기관 간 ‘네 탓 공방’을 보면서 지난달 개인적으로 겪은 일이 떠올랐다. 당시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국내 산지(山地) 태양광 시설의 안전성을 취재하고 있었다.
에너지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국내 산지 태양광 중 경사도 기준(15도)을 초과하는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경사도 기준은 원래 25도였다가 2018년 15도로 강화됐다. 현재 전국 곳곳에 깔린 산지 태양광의 경사도가 설치 시기에 따라 다른 이유다. 현행 기준에서 경사도 규정을 벗어난 시설 비중을 따져 우리나라 산지 태양광 전반의 안전함 정도를 엿보고 싶었다.
산업부는 자신들에겐 통계가 없고, 산림청에서 파악 중일 거라고 했다. 산림청에 물어보니 본인들도 모른다며 그건 산업부가 할 일이라고 했다. 산지 전용(轉用) 허가를 받고 태양광 시설을 지으면 그때부터 해당 산지는 산지관리법 통제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전국 산지에 깔린 태양광이 1만5777개소에 달하는데, 안전 관리의 핵심인 경사도 관련 정보를 산림 주무 부처도 에너지 주무 부처도 관할이 아니라고 해 당혹스러웠다.
이번 폭우로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신고된 산지 태양광 피해 접수 건수가 38건이라고 한다. 다행히 아직 산사태 신고는 없다. 아마도 정부는 언젠가 산지 태양광 주변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고, 목소리 큰 누군가 국내 산지 태양광 시설의 경사도 준수 여부를 따져 묻기 시작하면, 그때쯤 부랴부랴 현황 파악에 나설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적극행정’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를 근거로 한다.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노력이나 주의 의무 이상을 기울여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행위, 업무 관행을 반복하지 않고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 이해충돌이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해 조정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 등이 정부가 소개하는 적극행정의 유형이다.
정의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따금 우리 사회를 덮치는 가슴 아픈 참사나 국민 개개인이 겪는 황당한 에피소드의 대부분에서 적극행정은 찾기 힘들다. 반면 사고 이후 책임 공방은 여지없다. 이유가 뭘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공무원들이 종종 적는 글, 다른 공무원이 공감해 주는 글이 대체로 이런 부류라는 데서 짐작해 본다.
“적극행정 한다고 나대지 마시라. 재수 없으면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