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 밤송이 다 집는다…로봇 유연성 높인 ‘소트프 밸브’ 개발

김지윤·배준범 UNIST 교수 공동 연구팀

김지윤 UNIST 교수(원형 위), 배준범 교수(원형 아래), 김준수 연구원, 최준규 연구원. UNIST 제공.

감자칩처럼 바스러지기 쉬운 물체를 잘 집는 데 도움을 주는 로봇 부품 기술이 개발됐다. 근육 부담을 줄여주는 착용형 팔꿈치 수트 등을 제작할 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지윤 신소재공학과 교수팀과 배준범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소프트로봇의 장점을 극대할 수 있는 ‘소프트 밸브’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판에 4일 게재됐다.

소프트 밸브는 외부 자극을 감지해 구동부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튜브 형태의 부품이다. 전기 없이 움직일 수 있어 물속이나 스파크가 튀는 환경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다. 이중 기능이 있어 경량화가 가능하고, 부품 한 개당 8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연구팀은 이 소프트 밸브를 이용해 물건을 손쉽게 집는 ‘만능 집게’를 만들었다. 이 집게는 잘 부서지는 감자칩부터 뾰족뾰족한 밤송이, 무겁고 부피가 큰 나무토막까지 잘 집었으며 스파크가 튀는 곳이나 물속에서도 작동했다. 

소프트 밸브로 만든 착용형 팔꿈치 보조 로봇은 팔 근육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는 점도 확인했다. 사람의 팔 굽힘 각도에 따라 자동으로 팔꿈치 보조력이 증가해, 팔꿈치에 작용하는 힘을 평균 63% 감소시켰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 밸브를 부품으로 사용한 로봇 집게가 밤송이와 감자칩을 집고 있다. UNIST 제공.

소프트 밸브는 튜브 속을 흐르는 공기로 구동부를 움직인다. 튜브 끝단을 잡아당기면 튜브 속에 나선형으로 감겨있는 실이 튜브를 눌러 공기의 유입과 유출을 조절한다. 아코디언 바람통이 움직이는 것처럼 늘어났다 줄어들며 작동하는 원리다. 

튜브에 감겨있는 실의 구조나 개수를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하면 공기의 유입과 유출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튜브 끝단에 동일한 힘을 가해도 상황에 맞는 조절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소프트 로봇 본체와 달리 자극 감지 센서나 구동 제어 부품은 딱딱한 전자 부품인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로 센서와 구동 제어 부품도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가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개발한 부품은 전자 소자 없이 소재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간단히 사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웨어러블 시스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