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원천차단‧발행규모 제한…CB 개선 다시 나선다

김보라 2023. 7. 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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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CB 발행이 대부분…불공정거래 수단 악용
공시의무 강화, 콜옵션‧발행규모 제한 등 규제
금융위 "전환사채 공정성 높일 제도개선 마련"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채권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50인 미만의 특정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사모 전환사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상장사들의 전환사채 발행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주주 지배력 확대에 쓰인다는 오명을 받는 전환사채 콜옵션(주식매수권) 행사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 세미나에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보라 기자

이러한 목소리는 20일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환사채 시장의 건전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진행했고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정상호 한국거래소코스닥시장본부 상무 등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다.대세가 된 사모발행…리픽싱‧콜옵션도 대부분

주제발표를 맡은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전환사채를 사모형태로 발행하면서 시장의 투명성이 낮아졌다"며 "이 때문에 전환사채를 매개로 한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연구위원이 조사한 국내 전환사채시장 현황에 따르면 2012년 이전까지는 공모형태의 전환사채발행 비중이 25% 이상이었으나 2013년부터는 공모비중이 점차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도 이어져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이 발행한 메자닌 채권 214건 중 5건을 제외한 209건이 사모형태로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또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구조로 인해 기존주주의 지분율 희석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상당한 비중의 전환사채가 콜옵션을 부여해 발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대부분의 메자닌 채권들이 리픽싱(전환가격 조정)조건을 포함해 발행하면서 2013년~2019년 중 발행한 메자닌 채권의 82.2%가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하락이 잦고 리픽싱 역시 자주 이루어지면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메자닌채권 발행 증가…불공정거래 수단 악용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은 상장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요긴한 수단이다. 

국내 전환사채의 발행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1년까지 메자닌채권 발행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2022년 이후 소폭 줄었다. 그러다 다시 올해 상반기 발행한 메자닌 채권 규모는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소폭 늘어난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오히려 전환사채 등 메자닌 채권 발행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은 2019년 이후 전환사채 발행이 급감했고 일본 역시 2006년 이후 전환사채 발행이 연간 10건 미만으로 매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메자닌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코스닥을 중심으로 많은 상장사들이 빈번하게 전환사채 등을 발행하면서 기존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가 추락하는데 반해 콜옵션 행사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커지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환사채 등 메자닌 채권이 무자본 인수합병(M&A)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 전환사채를 발행후 회사가 콜옵션을 통해 재취득한 뒤, 이를 소각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양도해 M&A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시강화 및 직접 규제로 건전성 제고 나선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전환사채가 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살펴보고 있는 전환사채 등 메자닌 채권 시장에 대한 제도개선은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한 제도개선안이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필규 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전환사채 등 메자닌 채권 시장에 대한 규제를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제안했다. 메자닌 채권 발행 시 이에 따른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채권발행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공시의무는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공시의무 부과 ▲만기 전 사채취득 시 공시의무 부과 ▲현물 대용납입 시 공시의무 강화 ▲담보제공 약정 전환사채 발행시 공시의무 강화 ▲사모 전환사채 발행 시 납입일 일주일전 공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김필규 연구위원은 많은 메자닌 채권에 콜옵션 조건이 붙어있는 만큼 콜옵션 행사자가 누군지 콜옵션 행사로 인해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채권의 만기가 오기 전 회사가 풋옵션 행사 등을 통해 취득할 경우 향후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환사채 관련 해당 기업이 리픽싱을 얼마나 했는지 전환한 주식은 얼마나 되는지를 보려면 개별 공시를 하나하나 다 들여다 봐야 한다"며 "전환사채와 관련한 공시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메자닌 채권을 사모형태로 발행하는 만큼 현재 채권 납입기일 하루 전 또는 당일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공시하지 말고 납입기일 일주일 전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내용도 넣었다. 

전환사채 제도를 직접 규제하는 부분은 크게 ▲콜옵션 부여 자체를 제한 ▲전환사채 발행한도 일정수준으로 제한 ▲현물 대용납입 시 공정성‧객관성 제고를 위해 복수의 외부평가 의무화 ▲만기 전 사모사채 재매각 시 1년 간 주식전환 제한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조정 제한 등의 내용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제도개선 내용이 어느 부분은 다소 강할 수 있고 본다"며 "다만 외국 사례처럼 시장이 불투명하고 투자자에게 외면 받는 시장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전환사채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이러한 시장제도개선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오늘 세미나에서 논의한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폭넓게 검토하면서 기업의 실질적 수요도 충분히 감안해 균형잡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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