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보 이즈 어프레이드', 눈을 떠도 감아도 악몽…감독은 코미디라고 했다

김지혜 2023. 7. 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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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이야기를 해석하거나 주인공 보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 느낄 얼얼함은 당연한 현상이다. 혼돈과 혼란을 넘어서 불쾌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아리 에스터의 데뷔작 '유전'(2018)에서부터 관심을 보였던 가족의 해체와 모성의 탐구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어쩌면 감독의 가장 사적인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가족은 끊어내려야 끊어낼 수 없는 관계다. 아무리 건전한 관계가 유지되는 가정일지라도 쉽지 않을 거다. 이를 한 겹 한 겹 벗겨내면 구성원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친숙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 보려고 했다"

창작자의 자기 고백적 서사는 내밀하고 솔직해 훔쳐보기의 매력이 극대화되지만, 자기 검열 측면에서 객관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영화 역시 거리두기 및 객관화에는 실패해 중·후반부 이후 이야기가 길을 잃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엄마 모나가 등장하면서부터 영화는 지나치게 설명조로 흐른다.

에스터는 애초에 서사의 질서나 균형에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는 분절적인 스토리텔링에 대해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 가장 자기 검열을 적게 했다.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중년 남성 '보'(호아킨 피닉스)와 그런 아들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엄마 '모나'(패티 루폰)의 관계라는 설정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리 에스터는 관객의 모든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전개를 구사한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감독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유전'처럼 주요한 사건을 등장시키고 복선을 세밀하게 깐 뒤 모두 회수해 서사를 귀결시키는 구조를 띠지 않는다. 영화는 무질서와 혼돈 그 자체인 보의 머릿속을 시각화하는 실험에 가까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꿈인지 실제인지, 그저 망상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는 이야기는 마치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 그림과 같은 아리송한 느낌을 준다. 서사는 난장이며, 이미지는 과잉이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과 함께 미쳐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총 5막 중 1막에 해당하는 보의 아파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주인공의 불안과 공포를 처절하게 느낄 수 있다.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남다른 장기를 발휘해 온 감독의 연출 역량이 가장 두드러지는 구간이다. 그는 점프 스퀘어나 고어한 장면 없이도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고 심리를 옥죄는 방법을 안다.

2막부터는 본격적인 보의 심리극으로 장르가 전환된다. 큰 틀에서 놓고 보면 이 영화는 집을 나온 보가 엄마의 집으로 돌아가는 장대한 로드무비다. 다만 아리 에스터 감독의 가이드는 내내 불친절하며 온통 물음표 투성이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관객에게 두뇌 유희를 선사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심리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선사할 수도 있다.

우리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은밀하게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 보의 무의식에는 '엄마'라는 거대한 억압기제가 있다.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남성성을 심리적으로 거세했으며, 자아의 성장을 막아 영원한 애어른의 세계에 가둬버린 존재다.

그러나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잉태된 보는, 자신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물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화는 오프닝과 엔딩의 수미쌍관을 통해 보의 삶과 죽음을 동일 선상에 둔다. 살거나, 죽거나다. 눈을 떠도 악몽, 감아도 악몽이다. 자립하지 못한 애어른에게 세상은 그저 혼돈이다. 보는 겁쟁이다. 엄마가 설계해둔 세상에서 그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장르를 '코미디'라고 규정하며 "방대한 유대계 농담과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신격화된 존재로 그렸다. 그게 이 영화의 펀치라인이다. 가족은 벗어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에스터에게 공포란 코미디와 동의어일까. 아니면 선택할 수 없는 핏줄의 굴레와 불예측성에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이 코미디라는 것일까.

한 사람의 머릿속을 탐험하듯 들여다보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내내 불친절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끝까지 불완전하다. 그러나 아리 에스터의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영화 세계를 조금 더 깊숙이 들다볼 수 있는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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