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개미 지분 약화시키는 용도로 쓰이면 안 돼"

한영준 2023. 7. 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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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 개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환사채가 대부분 사모로 발행돼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했다. 또한 전환사채가 과도하게 발행돼 일반 투자자의 지분이 희석되거나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정부는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지적한 국내 전환사채(CB) 시장의 문제점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소영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전환사채 시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에 대해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기업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콜옵션, 리픽싱 등 다양한 조건을 활용해 중소·벤처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일부에서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부당이득을 얻는 등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전환권, 콜옵션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고, 발행회사가 만기 전에 취득한 사모 CB를 재매각하는 등 전환사채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유통되면서 일어나는 문제를 고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 관계기관의 조사역량을 집중해 전환사채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실제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하겠다"라고 전했다.

국내 전환사채 시장이 콜옵션·리픽싱과 같은 부가 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것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 성향과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기업의 수요가 결합돼 다소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성장한 측면이 있다"라며 "기업들이 전환사채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를 포함한 주식연계채권 시장에서 코스닥 소속 기업의 비중이 높고, 대부분 사모방식으로 발행되고 있다"라며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콜옵션의 경우 대부분 발행 회사가 회사의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도 발행회사 외에 최대주주 등에게 콜옵션을 부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전환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낮아 전환사채 시장 자체가 침체된 모습이라고 김 선임위원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콜옵션 만기 전 전환사채를 취득할 때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담보 약정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공시 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만기 전 취득한 사모 전환사채 재매각 시 전환권 제한, 현물 대용납입 시 복수의 외부평가 의무화,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조정 제한 등 직접적인 규제 방안도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후 이루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우리나라 전환사채 시장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다만, 전환사채가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로서 자리잡은 만큼, 적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참석자간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균형잡힌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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