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MI6 국장 “푸틴, 난국 벗어나려 진격하던 프리고진과 딜 맺었다”
“벨라루스軍, 세계 2위의 강군 만들겠다”
6월24일 발생한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반란은 왜 그토록 신속하게 종식된 것일까. 또 그 수장(首長)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다른 반(反)푸틴 세력과는 달리, 어떻게 지금까지 ‘안전하게’ 푸틴의 보복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는 것일까.
19일 프리고진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벨라루스의 한 군사 캠프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텔레그램에 올렸다. 프리고진은 이 영상에서 벨라루스에 온 용병들에게 “벨라루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현재 전선에서 벌어지는 것은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치욕이고, 우리의 패기를 온전히 보여줄 때까지 우리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해외첩보기관 MI6의 수장인 리처드 무어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영국 대사관 관저에서 가진 공개 연설에서 푸틴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프리고진과 거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1주일도 안 된 6월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스로 “반역자”라고 비난했던 프리고진을 비롯한 바그너 그룹 사령관들 35명을 크렘린 궁으로 초청해 3시간 동안 만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무어는 “푸틴은 어느 정도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프리고진은 완전히 푸틴이 만들어낸 창조물이었지만 푸틴에게 덤볐고, 푸틴은 프리고진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벨라루스의 도움을 받아 곤경에서 벗어났다. 따라서 내가 그의 머릿속을 볼 수는 없지만, 햄릿을 인용하자면 그는 국정에 심각하게 썩은 것이 있다는 걸 깨닫아야 했고, 결국 딜을 했다”고 말했다.
무어는 “6월24일 프리고진은 아침 식사때 반역자로 시작해서, 저녁 식사 무렵까지는 사면을 받았고, 며칠 뒤에 크렘린의 티 모임에 초대됐다. 그래서 MI6의 수장이라 할지라도, (이 사건으로) 누가 들어가고 누가 아웃 됐는가라는 면에서도 본다면 약간 해석하기 힘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 내부에서 불거진 갈등을 종종 외국 정보기관들이 사주한 것이라고 했던 크렘린의 주장에 악용되지 않으려고, 그동안 이 ‘실패한’ 반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CNN 방송은 “MI6 수장이 공개적인 연설을 한 것은 그 주말에 푸틴이 드러낸 허약함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MI6 수장 무어가 발언한 장소인 프라하는 우크라이나 이전에 러시아 탱크들이 진격했던 마지막 유럽 국가 수도이기도 하다.
무어는 “푸틴은 분명히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 일[쿠데타]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했다면, 바그너가 로스토프나도누[바그너 그룹이 점령한 러시아 남부 군사 거점 도시]를 점령하고, 모스크바에서 125km 이내까지 도달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일 공개된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일정 기간 여기 벨라루스에 머무르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벨라루스 군대를 세계 두 번째로 강한 군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벨라루스 정부가 바그너가 자국군을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프리고진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경험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이 들 때에는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복귀할 것이며 이를 위해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와 BBC 방송 등은 이 영상이 찍힌 장소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남동쪽 약 80㎞ 떨어진 곳에 바그너 용병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캠프에서 촬영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어두운 조명 속에서 프리고진이 야외 아스팔트 트랙에 서 있는 모습은 주변의 나무와 창고, 막사들을 볼 때에 벨라루스에 마련된 임시 캠프의 서쪽 끝 한 장소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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