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를 변화케 한 '실패할 용기', 전반기 1위 이끈 염갈량의 힘
데뷔 11번째 시즌을 맞은 투수가 커리어하이 시즌을 써나가고 있고 대주자가 더 익숙했던 육성선수 출신 타자가 드디어 빛을 보고 있는 것도 염 감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건 시즌 타율 0.344로 주전급 선수들 중 가장 뜨거운 타격감으로 전반기를 마친 신민재(27)다. 2015년 두산 베어스 육성선수로 프로에 발을 들인 그는 2019년 LG에 입단했으나 그 동안 그에게 맡겨진 역할은 대주자 혹은 대수비 등 제한적이었다.
올 시즌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해외 전지훈련부터 팀에 합류했고 안정적인 기회 속에 유감없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했다.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신민재가 마음껏 뛸 수 있게끔 배려했다. 신민재는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도 붙었다"며 "죽어도 된다고 하시니까 편하다. 대주자로 나갈 때와는 다르다. 투수들도 그렇다. 선발은 길게 던져야하니 주자를 많이 신경 못 쓰는데 불펜 투수들은 더 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신민재는 타율은 물론이고 21도루로 신민재는 김혜성(키움·20개)을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염 감독의 말이 그를 더욱 과감하게 만들었다. 경기 때마다 주루사인을 내곤 하는데 신민재는 "전엔 내가 알아서 스타트했었는데 (사인이 나오면) 이 공에 무조건 가야하는 건데 스타트가 안 나오더라"며 "한 번은 엄청 늦었는데 가서 살았다. 그때 이후로 뛰기 시작했고 가라고 하면 바로 갈 수 있게끔 준비를 했다. 그때 '10번 죽어도 되니 계속 뛰라'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준비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책임 있는 주루 사인'에 LG 타자들은 적극적으로 뛰었다. LG가 전반기 86개로 압도적인 도루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만큼 실패(54회)로 가장 많았으나 감독의 적극적인 주문은 선수들에게 두려움을 날려버리게 하는 용기가 됐다.
임찬규 또한 시즌 전 염 감독의 이야기가 반등의 큰 계기가 됐다. 임찬규는 "감독님께서 스피드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138㎞를 던지나, 148㎞를 던지나 꾸준하게 던질 것이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임찬규는 이어 "(유)희관이 형을 빗대어 '130㎞대 초반, 120㎞대 후반 공으로도 왼손 타자 몸 쪽으로 공을 구사하는데 네가 138㎞, 141㎞ 공으로도 몸 쪽을 못 던지면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며 "그 이후 조금 느낀 것 같다. (박)동원이 형도 몸 쪽 공을 좋아하다보니 잘 맞았고 몸 쪽 공을 던지다보니까 커브, 체인지업도 더 살아났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 부임 후 변한 것에 대한 질문에 "과감해졌다. 실패해도 하라고 하는 스타일이시다"며 "'맞아도 되니까 커브를 던져봐라'고 해주시니 과감히 던지고 그래서 더 좋아지는 것도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하셔서 시도하다보니 과감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재와 임찬규 외에도 LG의 전반기 1위 질주를 이끈 선수들은 많았다. 기존부터 활약하던 선수들 외에도 2021년 LG로 이적 후 가장 좋은 투구를 뽐내고 있는 함덕주와 신인 투수 박명근과 유영찬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내야수 이주형과 투수 백승현도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들에게 과감히 시도해볼 수 있도록 염 감독은 '실패할 용기'를 이식했고 이는 LG가 대만족할 만한 전반기를 보낼 수 있게 해줬다. 과감해진 선수들과 함께 낼 신바람은 LG의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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