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에선 현대건설보다 형님?... 우크라 재건사업,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목받는 이유
”시장 이해도·네트워크 확보... 가교 역할”
“자금줄 댄 美·英에 주도권... ‘단순 시공권’ 확보도 쉽지 않아”
국내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동유럽에서 수주 경험이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진입을 위한 관문이자 재건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통하는 폴란드에서 일찌감치 플랜트 사업을 하면서 인지도를 높여둔 덕분에 이번 순방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 몇몇 민간 건설사 대표들을 데리고 폴란드를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는 지난 4월부터 돌았다. 구체적으로는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의 이름이 거론됐는데, 대통령 방미 일정 등이 겹치면서 몇 차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이 폴란드 현지에서 사업을 직접 수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시장에 대한 이해도, 네트워크에 대해 정부에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업 성패를 가늠할 때, 현장 경험이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폴란드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2019년 7월 폴리머리 폴리체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설립했다. 이후 ORLEN 석유화학 확장 공사, SK넥실리스 동박공장 공사 건을 추가로 수주하면서 현재진행형인 사업만 3건이다. 수주액은 총 3조 4422억원에 달한다. 앞서 2012년 당시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이 크라쿠프 생활폐기물 처리 열병합 발전소를 완공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추가 수주건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통령 순방 때도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폴란드 지사’는 리투아니아,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주변국을 겨냥, 미래 신규 수주를 위한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해외 발령을 기피하는 사내 젊은 인력들 사이에서도 ‘폴란드 지사’는 유럽권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에서도 ‘폴란드 진출’이 관계사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립 초창기에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현대건설과 공동 수주하면서 덕을 봤다. 하지만 이번엔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 덕을 봤다는 얘기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을 키우고 싶어하지 않냐. 한 마디로 동유럽 시장에서는 일단 대표성을 확보한 셈”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해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재건 비용은 한화 2000조에 달하는데, 대통령실은 최상목 경제수석을 통해 “한국의 민간·공공기관의 재건 사업 참여 규모가 약 6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 뛰어들어 수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 즉 ‘자금줄’을 댄 미국과 영국 등이 재건사업에서 이미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혹은 미국과 영국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수주를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번 순방을 통해 맺은 2건의 업무협약(MOU)건 가운데 1건은 미국과 3자간 사업 형태로 돼 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소형원자로(SMR) 사업에 현대건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배경에 미국 원전기업 홀텍 인터내셔널이 있다.(현대건설은 홀텍과 다수의 SMR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상태다.)
따라서 국내 건설사로서는 최대한 자금을 들이지 않고 ‘단순 시공권’을 가져오는게 최선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또 전쟁이 아직 종식되지 않은데다, 재건 사업의 특성상 매출은 잡혀도 수익을 온전히 거둘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원래 차관공사는 개별 건설사의 수익성에는 사실 별 도움이 안 된다. 과연 우크라이나가 ‘좋은 투자처’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라고 했다.
강부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 전문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재건은 관련 논의와 자금지원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지원과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본격 추진될 재건 사업에 대해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재건사업의 특성상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접근이 쉽지 않고 현지 법·제도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관 네트워크와 금융외교 등 다각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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