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경쟁당국 고위직 내정 美교수, ‘非 유럽 출신’ 논란에 사임

유병훈 기자 2023. 7. 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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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쟁총국 핵심 고위직의 미국 국적 교수가 이른바 '비(非)EU 출신' 논란에 결국 자진 사임했다.

스콧 모턴 교수는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유럽인이 선발됐다는 이유로 촉발된 정치적 논란과 경쟁총국이 EU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가 수석 분석관을 맡지 않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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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경쟁총국 핵심 고위직의 미국 국적 교수가 이른바 ‘비(非)EU 출신’ 논란에 결국 자진 사임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19일(현지 시각) 경쟁총국 ‘수석 경쟁 담당 분석관’(chief competition economist·이하 수석 분석관)으로 선발됐던 피오나 스콧 모턴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자리를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는 EU 집행위가 그의 내정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스콧 모턴 교수는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유럽인이 선발됐다는 이유로 촉발된 정치적 논란과 경쟁총국이 EU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가 수석 분석관을 맡지 않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수석 분석관은 최상위 행정관료인 총국장(Director-General)보다 한 단계 아래인 국장급 직위다. 직접 경쟁법 위반 사례를 조사하진 않지만, 각 사례에 대한 경제학적 측면을 검토하고 추후 집행위가 경쟁법 위반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규정을 만들 때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경쟁법 집행 과정에서 장관급인 집행위원에게 직접 독립된 의견을 제시해 견제할 수 있는 역할도 있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스콧 모턴 교수는 올 상반기 집행위가 개시한 공모 절차를 통해 선발됐다. 지난 2003년 해당 직위가 신설된 이래 EU 회원국 출신이 아닌 인물이 임명된 첫 사례로, 오는 9월 1일 부임 예정이었다. 그러나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의 정치권과 유럽의회 주요 정치그룹들은 비EU 출신을 임명하는 건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스콧 모턴 교수의 과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 근무 이력을 문제 삼아 ‘잠재적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날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서 “미국과 중국이었다면 그런 자리에 외국 국적자를 임명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EU 시민이 아닌 사람을 고위직에 앉히는 것은 EU 법령에 따라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집행위는 당초 독립성 훼손 등 이해충돌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했고 공모 절차에 따라 임명이 승인된 만큼 재고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문제로 전날 유럽의회에 출석한 베스타게르 집행위원도 “누군가의 국적이 자동으로 같은 국적의 기업들에 유리한 편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지원자가 10여명 있었으나, 스콧 모턴 교수가 가장 적격자로 판명됐다고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부담을 느낀 스콧 모턴 교수가 결국 스스로 물러나면서 집행위는 조만간 다시 후보자 물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EU 내부의 거친 반응을 두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미국과 관련한 사안마다 한층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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