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밖에서도 '불멍' 하는 맛 내는 이동식 TV...화제 될 만하네 [New & Good]
가방 안에 넣은 TV, 무게 만만찮지만
외부에서도 쉽게 큰 화면으로 방송 보고 게임도 즐겨
집에서도 음악 재생 등 분위기 메이커로 쓸 만
"가방에 TV를 넣는다니 왜 이런 신기한 생각을 했을까요?"
지난달 LG전자가 내놓은 '가방 속 TV'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터블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 얘기다. 매주 한 번꼴로 LG전자 온라인 상점에 새 물량을 들여놓지만 그때마다 금방 다 팔릴 정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덮는 입소문이 화제를 더했다. '신기한' 콘셉트에 흥미를 느낀, 여러 전자기기 리뷰 유튜버들이 '내돈내산(내 돈으로 주고 내가 산)' 키워드를 달고 영상을 올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스타일 TV 발견"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구매를 인증했다. 급기야 중고 거래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12.7㎏짜리 덩치 크고 스피커 달린 태블릿
기자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 있는 '스탠바이미 고' 체험 공간에서 일단 '스탠바이미 고'와 첫인사를 했다. 캠핑족을 겨냥한 제품이다 보니 현장을 진짜 캠핑장처럼 꾸몄다. 방문객은 실제 캠핑용 의자에 앉거나 차량 모형 안으로 들어가 제품을 만질 수 있었다. 현장에는 젊은 커플이나 단짝 친구가 함께 들어와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며 신기해했다. 직원들은 사은품을 준다며 개인 SNS에 '해시태그'를 붙인 소감문을 써 달라고 독려했다.
실제 만져 본 제품은 캠핑장에 들고 갈 경우 흥미를 느낄 만한 '재미' 요소가 가득했다. 가방을 열자 얌전하게 누워 있는 27인치 터치 화면이 나타났고, 들어올리자 스탠드가 딸려 올라왔다. 스탠드에 붙은 화면은 상하로 18㎝까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가로 화면을 90도 돌리면 세로 화면으로 알아서 바뀐다. TV라기보다는 덩치가 커진 태블릿처럼 느껴졌다.
다만 스크린과 가방을 완전히 떼어 낼 수 없다. 가방 자체도 이 제품의 본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니터 뒤편에 놓인 가방 안쪽에 4채널, 전방위 입체 음향 기능을 지원하는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뒤편에는 전력 회선이나 TV 셋톱박스와 연결할 수 있는 HDMI 입력 단자가 등장해 이 제품이 겉모습은 가방이지만 명백한 TV임을 드러낸다.
이동성을 강조했지만 무게는 12.7㎏다. 아무리 가방 모양이지만 들고 다니기엔 만만찮은 무게다. 하지만 캠핑장으로 들고 가는 제품에 필요한 안전성을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현장 직원은 "미국 국방부의 내구성 테스트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기 때문에 실수로 떨어트려도 손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이 제품은 쓰임새 면에서는 LG '룸앤 TV'의 후속작이라 할 만하다. 원래 1인 가구용 TV 겸 모니터로 만들어진 룸앤 TV는 무게가 가볍고 설치가 편하다는 이유로 캠핑족의 사랑을 받았지만, 들고 다니다 망가트리기 쉽다는 부담도 있었다. 굳이 무겁고 단단한 가방 모양새를 택한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캠핑장에서 큰 화면으로 영상 보고, 실내선 분위기 메이커로 활용
LG전자의 도움을 얻어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새 제품을 빌려 집과 캠핑장에서 직접 써봤다. 캠핑과 평소 거리가 멀었던 기자는 비교적 편리한 서울 인근 글램핑장을 찾았다. 전력 공급용 콘센트도 있고 무선 인터넷 접속(WiFi)도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장소라 스탠바이미 고를 써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텐트에 도착하자마자 실제 스탠바이미 고를 안쪽 테이블에 들여놓으니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각자 틀어 보던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을 큰 화면으로 함께 볼 수 있었다. LG 웹OS가 들어 있어 인터넷만 연결되면 'LG 채널'에서 기본 제공하는 채널을 볼 수 있고, 구독만 돼 있다면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캠핑과는 관계없이 실내에서도 스탠바이미 고는 인테리어 용으로 쓸 만했다. 우선 '불멍(장작불을 멍하니 보는 행위)' 테마로 들어간 화톳불 영상을 틀어놓는 것만으로 방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탠바이미 고에는 아침 햇빛, 비, 눈, 노을 지는 해변 등 테마 영상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
또 다른 유용한 기능은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그대로 틀 수 있는 기능이었다. 보통 집에서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스마트폰 음악을 공유하곤 하는데 스탠바이미 고의 힘센 스피커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음악을 연주할 때만 활용할 수 있는 턴테이블 모양 영상도 음악과 잘 어울렸다.
문제점은 있다. 최근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캠핑장이 기본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없고 무선 인터넷이 없는 노지(露地) 캠핑을 생각한다면 스탠바이미 고는 그다지 쓸 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기 연결을 안 해도 일정 시간 사용은 가능하지만 완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세 시간 정도고 인터넷 연결이 없으면 거의 대부분의 기능이 무용지물이다.
물론 캠핑용 배터리인 파워뱅크 등 기본적으로 장비가 탄탄하고 준비가 잘 된 캠핑족이라면 전력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무선인터넷의 경우는 스마트폰의 테더링이나 휴대용 WiFi 기기를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캠핑족' 노린 캠핑가전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캠핑 인구가 700만 명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전에도 캠핑족을 노린 제품은 꾸준히 출시돼 왔다. 스크린의 경우 LG전자의 '스탠바이미 고' 외에 삼성전자가 빔 프로젝터 형태의 '더 프리스타일'을 내놓고 있다. 최근 기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의 출시 기념으로 특별히 협업한 에디션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신일전자는 지난달 신제품으로 '캠핑용 이동식 에어컨'을 출시했다. 소형 에어컨이지만 강력한 냉방 능력을 갖추고 있고 바퀴와 손잡이가 달려 있어 이동성이 뛰어나다. 제품 전면부에는 LED 램프 조명을 배치해 어두운 저녁 야간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여름철 캠핑이 더위와 싸운다면 가을과 겨울철 캠핑은 추위와 싸운다. 귀뚜라미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캠핑매트 온돌'은 면상발열 기술을 적용해 매트 전체가 따뜻한 데다 저전력 소비로 캠핑에 최적화된 난방매트 제품이다.
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요리용 가전도 캠핑족에게 손짓하고 있다. 쿠첸의 미니밥솥 '머쉬룸'과 '동글' 등은 무게가 가벼워 휴대하기 편하고 소비 전력도 낮다. 쿠쿠전자의 '1구 셰프스틱 인덕션' 역시 두께 3.7㎝, 무게 3㎏ 수준으로 캠핑이나 피크닉 등에 들고 나갈 수 있는 조리용 제품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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