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군 자진 월북’이 꽃놀이패? …선택 시나리오 ①격리 후 추방 ②선전 활용 ③송환

2023. 7. 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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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 상황에서 발생한 돌발변수…당황한 美
‘자진 월북’ 좋은 패 쥔 北, 침묵하며 대응책 고심
北, 귀순자 심문 진행할 듯…코로나19 방역도 변수
외교 돌파구냐 장기적 카드냐…北 정치적
1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판문점 견학지원센터에서 견학버스가 주차되어 있다. 전날 주한미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견학 중 월북했으며, 이날 예정된 판문점 견학은 중단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북한이 주한미군 월북 사건이라는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 전략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해당 병사가 납치나 억류가 아닌 ‘자진 월북자’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열쇠는 오롯이 북한이 쥐게 된 상황으로, 북한의 대응 방안에 따라 대미(對美) 정책의 방향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일 현재까지 북한은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23)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견학을 하다 월북한 사건과 관련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킹 병사의 신변을 확보한 북한 당국은 심문을 통해 월북 경위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생각 등을 통해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일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초조한 입장은 바이든 행정부로, 전방위 채널을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모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며 킹의 안위와 소재를 놓고 여전히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 정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국방부가 북한군과 접촉하고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지속적인 도발을 이어오던 북한은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확장억제 강화 등 대북 압박 정책을 계속해왔다. 북한은 19일에도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과 미국 전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에 반발하며 동해상으로 두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반도 정세가 고조되는 상황에 발생한 이번 돌발변수에 바이든 행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북한은 넝쿨째 굴러들어 온 '좋은 패'를 쥐게 되면서 급할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킹 병사는 ‘자발적 귀순자’로, 정권에 ‘적대 행위’ 등 범죄 혐의를 적용해 억류하거나 납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리할 것이 없는 조건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 열쇠는 북한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자진 월북 형식이기 때문에 처리 과정은 사실상 북한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라며 “피랍이나 납북이면 미국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자진 월북은 다른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납치하고 비자발적으로 온 경우에야 통제와 강압이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북한에 적대 행위를 한 것이 아니기에 범죄자 구금 식의 처우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진 월북’ 미군 병사 문제에 대한 北대응 시나리오 세가지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에서 북한 병사들이 판문점을 방문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취재진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북한이 킹 병사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는 시나리오는 3가지로 압축된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의 모습은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팬데믹 이후 병사들을 JSA에서 철수시켰고, 여전히 한국측 관광객이 방문하면 판문각 내부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국이 킹 병사를 평양과 떨어진 지역에 격리시켰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추방할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선전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킹 병사는 한국에서 폭행 등 범죄 전력이 있고 추가 징계를 위해 미국으로 이송되기 직전 공항을 탈출해 월북했다. 미국으로 송환되더라도 향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송환을 막기 위해 심문 과정에서 북한 체제에 호의적인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북한은 미국인이 자발적으로 귀순했다는 점을 강조에 체제 선전에 활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드디어 미 제국주의자가 인민의 낙원을 찾아왔다’는 식으로 선전에 활용하기에 좋다”며 “사실상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외교적 카드로 미국을 압박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미 당국의 요청으로 송환할 가능성이다. 다만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이 킹 병사의 의사에 반해 송환을 추진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새로운 탐색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군 병사의 신상 문제를 빌미로 미국을 접촉할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유엔사 장성급 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제안한 대화에 응하는 형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명분도 좋고 단절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북한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선 킹 병사의 안전과 신상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송환 문제에 대해 “우리는 조사 초기 단계에 있으며, 그의 안전과 본국 송환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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