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생활 중 입술 꿰매 붙여버린 쿠바 래퍼, 무슨 일

박선민 기자 2023. 7. 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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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반체제 활동을 해오다 수감 생활을 하게 된 유명 래퍼가 학대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자신의 양 입술을 꿰맸다. /인스타그램

“불의 앞에서 나는 팔짱을 끼지도, 입을 다물지도 않겠다.” 쿠바에서 반체제 활동을 벌였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한 래퍼가 이 같은 말을 남기고는 자신의 위·아래 입술을 붙여 꿰매버렸다. 수감 생활 중 받은 부당 대우를 고발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인스타그램에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위·아래 입술을 붙여 꿰매버린 한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남성의 정체는 쿠바의 유명 반정부 예술인 메이켈 카스틸로 오소르보다. 그는 지난 12일 피나르델리오에 있는 한 교도소에서 스스로 자신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꿰매 입을 붙여 버렸다. 오소르보는 쿠바에서 반체제 활동을 벌여오다, 지난해 6월 공공질서 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의 독립 매체 14이메디오 등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오소르보가 교도소에서 입술을 꿰매는 시위를 벌인 건 수감 생활 중 받은 학대에 저항하기 위해서다. 반체제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교도소에서 온갖 학대 및 권리 침해를 받았다고 한다. 오소르보의 측근은 “오소르보는 모든 종류의 학대 및 반복되는 권리침해를 받았다고 호소했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구금 과정에서 가혹한 처벌과 식량 제공 제한 등 학대가 있었다”며 “의료지원을 제때 하지 않거나 진료 기록을 가족에게 넘기는 것을 거부하는 등 피해 양상은 다양하다고 한다”고 했다.

교도소 측은 오소르보가 입술을 꿰맨 바로 다음 날 실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소르보가 입술을 꿰맨 사진이 올라온 게시물에는 수많은 응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쿠바의 탄압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당신은 영웅이다” “오소르보를 포함해 모든 정치범에게 자유를 달라” “당신의 삶은 많은 가치가 있다” 등의 내용이다.

한편 2021년 쿠바에서는 1994년 이후 27년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코로나 사태가 악화하면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백신 부족과 경제난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당시 시위에서 오소르보가 제작에 참여한 체제 비판 힙합 노래가 상징 곡처럼 쓰이기도 했다. 이후 오소르보를 포함해 이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무더기로 체포돼 최대 30년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쿠바 주재 독일,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 대사관 관계자 및 국제 인권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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