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극단적 선택 "인권 문제" [전문]

이호영 2023. 7. 20. 09: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지웅 작가가 사망한 서초구 교사의 명복을 빌며 소신을 말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20일 허지웅은 서울시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소신을 SNS를 통해 밝혔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계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가 전날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신규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으며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황.

허지웅은 "어느 젊은 교사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영원히 멈춰섰다. 다른 무엇보다 장소가 가장 마음 아프다.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것"이라며 "지난 시간 그 수많은 징후들을 목격하는 동안 우리가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뉴스에서는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나온다. 학생들의 인권이 올라간 탓에 교사들의 인권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틀린 말이다. 교권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누군가의 인권을 되찾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위협했다면 그건 애초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교권이라는 말은 교실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따로 존재하고 서로 상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한다. 아니다. 인권은 나눌 수 없다. 누가 더 많이 누리려고 애쓸 수 있는 땅따먹기가 아니다. 그런 잘못된 말의 쓰임과 인플레가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일부 학생과 부모가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방종하고도 아무런 견제를 받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그걸 인권의 회복이라고 자랑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인권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감각도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허지웅은 "이런 현상이 교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서가 원칙보다 죽음에 더 가깝나. 보나마나 서로 탓을 돌리는 정치권과 진영의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며 "난 남탓을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올 쪽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이하 허지웅 글 전문이다.]

어느 젊은 교사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영원히 멈추어섰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장소가 가장 마음 아픕니다.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겁니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 그 수많은 징후들을 목격하는 동안 우리가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뉴스에서는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올라간 탓에 교사들의 인권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겁니다.

틀린 말입니다. 교권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인권을 되찾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위협했다면 그건 애초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교권이라는 말은 교실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따로 존재하고 서로 상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합니다. 아닙니다. 인권은 나눌 수 없습니다. 인권은 누가 더 많이 누리려고 애쓸 수 있는 땅따먹기가 아닙니다. 그런 잘못된 말의 쓰임과 인플레가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일부 학생과 부모가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방종하고도 아무런 견제를 받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그걸 인권의 회복이라고 자랑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인권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감각도 관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현상이 교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했던 폭력과 부조리를 정상으로 애써 돌려놓았다면, 그간 악습으로 위태롭게 눌러왔던 것들을 원칙과 절차를 통해 규제할 수 있는 엄정한 도구 또한 함께 고민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룰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되었습니다. 우리 정서가 원칙보다 죽음에 더 가깝습니까. 보나마나 서로 탓을 돌리는 정치권과 진영의 공방이 이어질 겁니다.

저는 남탓을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올 쪽에 서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iMBC 이호영 | 사진 iMBC DB

Copyright © MBC연예.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