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양자 스터디 꾸려 실험적 연구… ‘미래’ 이끄는 열정[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융합기술원 직원 56%가 ‘MZ’
자발적 학습 ‘퍼스트 펭귄’인기
7개월 활동하며 공유회·토론회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2년째
우승한 팀에 인큐베이팅 제공
조직 혁신 ‘진프런티어’ 지원도
“오늘은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스터디 날입니다. 퍼스트 펭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스터디하러 날아가세요!”
지난 7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KT 융합기술원 전체에 이 같은 안내 방송과 함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직원들은 파란 물고기 통에 담긴 간식을 받고 스터디 룸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KT의 연구·개발(R&D) 인력이 근무하는 융합기술원에서 추진하는 자발적 스터디 그룹인 ‘퍼스트 펭귄’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스터디 그룹의 명칭은 천적인 바다표범을 무서워하지 않고 무리 중에서 바다에 맨 처음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처럼 선구자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KT에 따르면, KT 융합기술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돼 온 퍼스트 펭귄을 올해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 기준 초거대 인공지능(AI), 양자암호 등을 주제로 구성한 53개 스터디 모임에는 총 239명의 ‘펭귄’들이 참여 중이다. KT 융합기술원은 전체 직원 608명 가운데 56%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인 젊은 조직이며, 총 인원의 40%에 달하는 직원이 펭귄으로 활동한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취지로 퍼스트 펭귄을 운영하는 KT 융합기술원은 펭귄 4명 기준으로 연간 60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빌딩 이스트(East)에서 만난 정지연 KT 융합기술원 고객개발혁신팀 차장은 “매주 첫째·셋째 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퍼스트 펭귄 활동 시간으로 보장하고 간식을 챙겨 준다”며 “조직 윗선에서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퍼스트 펭귄의 유형은 △원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진행하는 자율형 △직무 전문가가 리딩하는 멘토형 △연구소 리더가 톱다운 방식으로 스터디 주제를 내놓는 탐험형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연초 학습 주제를 공모해 스터디 모임을 꾸린 뒤 약 7개월간 활동하며 공유회와 토론회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한 자율형 모임인 ‘에듀 플랫폼 차별화 AI 기술 발굴 스터디’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수업 자료를 교과서 단원 코드로 분류해 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스터디에서 활동한 조대열 KT 융합기술원 에듀 플랫폼 프로젝트 연구원은 “미래 기술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가치 있다”며 “스터디 공간을 별도로 제공 받아 좀 더 마음이 편하고,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KT 융합기술원은 지난해 5월부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 문화 혁신 활동인 ‘진프런티어(Jean Frontier)’를 운영, 이달 4일부터 14일까지 2기 참가자 지원을 받았다. 이번 주 최종 선발된 두 팀은 연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이는 구성원이 개선이 필요한 조직 문화를 제안해 동료들과 공유하고 실행하는 활동이다. KT 융합기술원은 매월 활동비 제공과 함께 연구소장과의 소통 자리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자율적인 조직 문화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창의적인 기업 문화가 활성화된 데는 조직 리더의 추진력이 컸다. 김이한 KT 융합기술원장(전무)은 원장 취임 직후 “청바지만 입고 다니겠다”면서 활동명 ‘진프런티어’를 작명하는데 영감을 줬다. 젊은 인재들과 함께 조직 문화를 개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6월 진프런티어로 진행된 ‘임직원 소통 이벤트’를 통해 사옥 1층에 ‘우리 리더의 MBTI는?’이라는 제목의 판이 설치돼 직원들이 임원의 MBTI를 추측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간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KT는 이처럼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키우기 위해 신한은행과 손잡고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유니커즈(UNIQUERS)’를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AI·커머스·프롭테크·모빌리티·로봇 등 분야에서 300여 건의 아이디어를 접수한 뒤 2차 심사를 통해 10건을 선정했다. 양사는 선정한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도록 전문 액셀러레이터 교육, 전담 멘토링 등 5주간의 고도화 과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다음 달 최종 심사를 통과한 아이디어에는 인큐베이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해 공모전에서 우승한 팀을 대상으로 인큐베이팅을 지원 중이다. 대상을 받은 ‘안녕팀’은 ‘생애 마지막 여정&가이드’를 주제로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KT 융합기술원에서 인큐베이팅을 진행하고 있다. 안녕팀의 황민희 KT 강남·서부광역본부 영업기획팀 과장은 “자아실현이라는 가치가 이렇게 강한 동인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고,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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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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