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휴가로 재충전하고 100일간 혁신 몰입… ‘창의’ 샘솟는 조직[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유급휴가+연차 ‘창의 휴가’확대
제주도 월정리에도 거점 오피스
카페같은 사무실 자율 좌석까지
다른 직무도전 ‘잡 포스팅’호응
식음료·엔터 등 사내벤처 활발
인재 제일경영으로 혁명적 변화
CJ대한통운에서 인사·조직 문화 업무를 담당하는 입사 7년 차 오비나(31) 씨는 최근 4주간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등 5개 국가를 여행했다. CJ그룹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복지 제도인 ‘창의 휴가(Creative Week)’를 활용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창의 휴가제는 유급 휴가 2주에 개인 연차 2주를 더해 최대 4주까지 쓸 수 있는 제도이다. 최근 CJ는 과거 5년 주기였던 창의 휴가에 3년 차와 7년 차에도 창의 휴가를 추가해 직원들의 활용 빈도를 키웠다. 유년 시절 남미에서 생활한 오 씨는 “어린 시절 추억이 살아있는 남미로 다시 돌아가는 꿈을 실현했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재충전도 한 만큼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인재 제일’이라는 경영 철학을 그룹의 핵심 이념으로 삼아온 CJ는 조직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혁명적 변화’를 이어 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직접 사내 인재에게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자기 주도하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혁신 제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그룹 중기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CJ는 트렌드 리딩 능력, 기술력, 마케팅 등 초격차 역량으로 미래 혁신 성장에 집중하고, 이를 주도할 최고 인재들을 위해 조직 문화를 혁명적으로 혁신해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미래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CJ가 제일 잘하는 것은 ‘문화’…수평적 조직 문화로 = CJ그룹은 국내 최초로 ‘님’ 호칭 문화를 도입해 차별화된 조직 문화 구축에 앞장서 왔다. 구성원 간 계급이 느껴지는 호칭 대신 이름에 ‘님’을 붙여 상호 존중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수평적 조직 문화로 바꾸겠다는 이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연공서열도 파괴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연공제 직급을 전면 폐지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다른 계열사도 7단계의 직급 체계를 3∼4단계로 축소했다. 사장, 부사장, 상무 등 6개 임원 직급 역시 ‘경영리더’라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최근엔 CJ제일제당이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본부, 실, 팀 등의 조직 명칭을 글로벌 임직원 누구나 기능과 역할을 알 수 있게 영문으로 바꿨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수평적·혁신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고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진화하는 데 있어 조직명의 변화 또한 중요하다”면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도전과 변화의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고 혁신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극대화하는 시스템 = CJ그룹은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력 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잡 포스팅(Job Posting)’은 소속 계열사와 직무를 벗어나 그룹 내 여러 사업과 직무에 스스로 도전할 기회를 준다. CJ제일제당은 더 나아가 임직원들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 세계 3만4000여 명의 CJ제일제당 구성원들은 ‘글로벌 커리어 마켓(Global Career Market)’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서 근무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CJ제일제당은 ‘혁신에 몰입하는 100일’이라는 의미를 담은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INNO 100)’도 운영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첫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식음료 펀딩 플랫폼 ‘파잇(PIEAT)’을 선보였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SERIES A(시리즈 A)’, CJ올리브네트웍스의 ‘카이로스 랩(Kairos-Lab)’ 등도 미래 혁신 성장에 도전하는 대표적 사내벤처 프로그램이다.
◇최고의 복지는 휴식 = CJ가 창의 휴가를 운영하는 것은 결국 회사 구성원들에게 최고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창의적 문화와 성과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직장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곧 휴식이며, 쉬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CJ가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CJ그룹은 임직원들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도록 서울 용산구·중구·강남구, 경기 일산 등의 주요 계열사 사옥에 ‘워크온(Work On)’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CJ ENM의 경우 제주 월정리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일하면서 휴가의 기분을 즐기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의 개념이다.
CJ대한통운에서는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 자유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팀별로 지정된 좌석에서만 업무를 했지만, 현재는 층 단위로 앉고 싶은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같은 집중형, 파티션이 없는 협업형, 카페 타입의 창가석 등 개인 업무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이상주 CJ 경영리더는 “휴식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자기 주도하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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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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