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필 "쇼케·팬미팅 진행 100회"…가요계 박경림 꿈꾼다 [인터뷰+]
호소력 있는 목소리·유쾌함 더한 '진행 신성'
"유머러스함 넣어 개그맨 본분 잊지 않으려"
"자체 콘텐츠 보며 아티스트·팬 공부" 노력파 면모
"사람들 웃기고 감동·에너지 주는 일 좋아"
선하고 부드러운 미소, 호소력 있는 목소리, 그 안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개그 본능까지. 재미와 차분함을 두루 갖춰야 하는 아이돌 행사 진행자로서 이만한 적임자가 없는 듯하다. 영화계에 박경림이 있다면, 가요계에는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MC 유재필이 있다.
최근 서울 성수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유재필은 "가수 쇼케이스에 팬미팅까지 지금까지 진행한 횟수가 100회가량 되는 것 같다. 함께한 팀만 40~50팀 정도"라며 웃었다.
2015년 SBS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유재필은 요즘 개그 무대가 아닌, 가수들의 무대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다. 새 앨범을 소개하는 쇼케이스 및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인 팬미팅 등에서 MC로 활약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이미 친밀감을 느낄 정도다. 아티스트 및 팬덤에 대한 높은 이해도, 3년간 SBS '본격연예 한밤' 리포터로 활동하며 쌓인 노하우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시작은 모모랜드 쇼케이스였다. 당시 발표곡은 모모랜드를 인기 그룹 반열에 올렸던 '뿜뿜'. 유재필은 "'뿜뿜'이 터지면서 매니저들 사이에서 '유재필이 MC를 보면 잘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웃었다.
이어 "윤하 누나도 작년에 팬미팅을 하고 나서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에 성공했다. 누나와 팬분들이 그 덕을 내게 돌리더라.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는 게 얼마나 감사하냐"고 고마워했다.
◆ 팬들만큼 덕질해요…아이돌을 알아간다는 것
무엇보다 '팬들이 좋아하는 MC'라는 점이 그만의 강점이다.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유재필은 "그들의 팬이 되자고 생각한다. 그러면 궁금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또 아티스트의 말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한다. 경청하는 자세는 '한밤' 리포터를 하며 배운 것"이라고 답했다.
아티스트와 팬들만 알고 있는 것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유재필은 "자체 콘텐츠를 꼭 보고 간다. 앨범과 뮤직비디오도 미리 받아서 보고, 챌린지도 공부해 간다"면서 "팬분들이 아는 것만큼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력파'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발성, 화법, 진행 방식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유재필은 "언론 쇼케이스 때는 최대한 깔끔하고 담백하게 정돈해 말하고, 팬 쇼케이스에서는 팬분들이 웃기는 걸 좋아해서 톤을 에너지 있게 바꾼다. 나만의 규칙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목소리만 듣고도 '어 얘가 했네?'라고 바로 알 수 있길 바랐다. 요즘 아침 방송을 하는데 아나운서 형, 누나들이 매일 옆에 있다 보니까 트레이닝이 돼서 더 보완되는 것 같다"면서 "식당 가니까 아나운서로 알아보는 분도 있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팬들로부터 받는 힘도 크다고 했다. 유재필은 "최근에 에잇턴 팬 쇼케이스를 하는데 휴대폰으로 '재필님 하트, 우윳빛깔 유재필'이라는 문구를 띄워주셨다. 작년에는 야외에서 '가요대전' 레드카펫 진행하는데 추울까 봐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가요대축제' 때는 Y2K 스타일을 했는데 옷 예쁘다는 DM도 왔다. 나도 같이 응원해 주시니 그런 게 원동력이 된다"고 털어놨다.
친한 아이돌로는 뮤지컬 '온에어'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진혁과 빅톤 한승우를 언급했다. 유재필은 "이 친구들이 팬 생각을 많이 한다. 친하게 지내다 보니 팬들의 마음도 알게 되더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이들로는 에이티즈, SF9, CIX, 윤하 등을 꼽았다. 특히 에이티즈에 대해 "데뷔 때부터 친하게 지내서 성장 과정을 다 봐왔다. 애들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힘을 얻게 되더라. 해외투어 다니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 여전히 현재진행형…'유재필의 꿈'
소위 '강남 8학군'에 속했던 유재필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공부하며 대학에 갔고, 과탑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어딘가 허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고 했다.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개그맨의 꿈' 때문이었다. 결국 C언어 수업을 듣던 중 그는 결심했다. 개그맨이 되겠다고.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낙방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휴가를 나와서도 개그맨 공채 시험을 봤다는 그는 "서류 불합격까지 7번은 도전한 것 같다. 그래도 오디션이 재밌었다. 오히려 즐겼다. 보고 나서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그 무대가 줄었고, 이제는 진행자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그래서 유튜브를 하고 있다. 또 MC를 할 때도 유머러스함을 넣어서 개그맨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무엇보다 분야에 한계를 두지 않고 부딪히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가수로 앨범을 낸 경험이 있는 그는 "앨범 제작은 사비로 하는데 '우리 흥' 때 5000만원을 썼더라. 그래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가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 인생은 행복하려고 사는 거 아니겠냐"며 웃었다. 웹드라마, 뮤지컬 등에 출연하기도 했던 유재필은 인터뷰를 마치고 연기 학원도 간다고 했다.
"이쪽(연예계) 일을 평생 할 거거든요. 계속 활동할 거라면 한계를 두지 않고, 역량을 키워놓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더 바쁜 삶을 살고 싶어요. 점심에 팬미팅 MC를 했다가 저녁에 촬영가고, 밤에는 무대에 서는 거죠. 전 사람들을 웃기고 감동과 에너지를 주는 일이 좋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저도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웃음)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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