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해병대원, 결국 숨진 채 발견… 軍 "명복 빈다"(종합4보)

해병대 "유족에 깊은 사과와 위로… 국민 심려 끼쳐 송구"
구명조끼 '미지급' 논란에 "사고경위 조사 및 안전점검 중"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원이 이날 오후 11시8분쯤 호명면 월포리 고평교 인근에서 발견돼 이송되고 있다. 2023.7.1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예천=뉴스1) 박응진 남승렬 최창호 기자 =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석관천에서 집중호우·산사태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원이 실종 14시간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는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빈다"며 유족에 대한 위로와 사과 입장을 밝혔다.

20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석관천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중 실종된 채모 일병(20)이 같은 날 오후 11시8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채 일병은 실종 지점으로부터 약 5.8㎞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야간 수색 중이던 경북119특수대응단에 발견됐다. 채 일병은 곧바로 해병대 '마린온' 헬기를 이용해 해군 포항병원으로 후송됐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채 일병이) 물 밑에 엎드린 상태로 발견됐다"며 "해병대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해병대는 이날 "경북 예천 지역의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병대는 "호우피해 복구 작전을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해병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병대사령부는 숨진 채 일병 영결식을 '해병대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보훈 절차 등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하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자 삼강교 위에서 해병대원들이 실종된 동료를 찾고 있다. 2023.7.1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에 앞서 19일 오전 9시5분쯤 석관천 하류 지대에선 해병대 제1사단 포병대대 소속 채 일병 등 3명이 하천변 수색작전을 진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가 났다.

채 일병 등 3명은 동료 부대원 20여명과 '인간띠'를 만들어 줄지어 걸으며 탐침봉을 이용한 수색작전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면서 물에 빠졌고, 이 가운데 2명은 자력으로 빠져나왔으나 채 일병은 급류에 떠내려가고 말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과 소방당국은 이후 헬기와 상륙용고무보트(IBS) 등를 투입해 채 일병을 찾아나서 전날 낮 12시10분쯤엔 고평교 인근에서 채 일병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수색요원들이 보트를 타고 해당 실종자에 접근하려 했지만 이 실종자가 다시 급류에 떠내려가는 바람에 구조엔 실패했다고 한다. 당시 이 실종자는 빨간색 반팔 상의에 전자시계를 착용하고 있었고, 의식은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가 이번 실종자 수색작전에서 IBS를 타고 수상탐색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에겐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한 반면, 채 일병처럼 하천변 탐색 임무를 맡은 장병들에겐 이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종자 수색작전을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구도 지급하지 않은 채 '무리한 임무'를 맡겼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해병대는 "현재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해병대 안전단은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 분야에 대해 현장에서 점검하고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휘관 문책이나 관련 매뉴얼 보강 등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