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박은선 등 ‘황금세대’, 월드컵 8강 향한 벨을 울려라

김창금 2023. 7. 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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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자 월드컵][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개막]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3일 호주 캠벨타운 토마스 하셀 성공회 고등학교 훈련장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금세대’의 마지막 ‘춤’은 화려한 마침표를 찍을까. 사상 첫 8강을 향한 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7.20~8.20) 여정이 20일 개막전(뉴질랜드-노르웨이·오후 4시)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H조(한국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의 한국은 25일(오전 11시) 콜롬바아와 첫 경기를 벌이는데, 역대 두 번째 16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노린다. 새 선수 충원이 원활하지 못했던 한국팀의 주력은 지소연·박은선 등 1980~90년대 초반 출생의 관록파들.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아래서 발을 맞춘 선수들은 ‘이변 연출’을 위해 축구화 끈을 조였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3일 호주 캠벨타운 토마스 하셀 성공회 고등학교 훈련장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자신감 활활, 분위기 화기애애

여자월드컵 사상 32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는 8개조 1~2위가 16강에 오른다. H조 4개국의 피파 랭킹을 보면, 한국(17위)은 독일(2위)에 이어 두 번째며, 콜롬비아(25위)와 모로코(72위)가 뒤를 잇는다. 평균 신장에서는 독일(172㎝)이 가장 앞서고, 한국(167.9㎝)이 콜롬비아(166.8㎝)와 모로코(166.2㎝)보다 우위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이 밀릴 것은 없다.

결전을 앞둔 선수들의 정신 자세도 날이 섰다. 골키퍼 윤영글은 “개인 목표는 무실점, 팀 목표는 8강”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고, 공격수 강채림은 “골 넣을 상상만으로 설렌다”고 밝혔다. 한국은 23명 가운데 14명이 월드컵 출전 경험을 갖추고 있다.

벨 감독의 고강도 훈련을 소화한 만큼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준비돼 있다. 특히 피지컬이 뛰어난 박은선은 2003년,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득점포를 장전했고, 2015년 대회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팀의 중심 지소연(A매치 145경기 67골)은 3연속 월드컵에 나선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혼혈 선수 케이시 유진 페어(16)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 가운데 최연소로 이름을 올렸다.

벨 감독은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하기 전, “첫 경기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콜롬비아와의 첫 경기 승리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월드 스타는 누구?

6번째 월드컵에 출전하는 브라질의 마르타(올랜도·37)는 통산 17골을 터뜨려 남녀 통틀어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을 갖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하고 있다. 피아 순드하게 브라질 감독은 “후배들은 마르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전염된다”며 신뢰를 보냈다.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에는 메건 라피노(38·OL레인)를 비롯해 알렉스 모건(34·샌디에이고), 소피아 스미스(22·포틀랜드) 등 특급 골잡이가 즐비하다. 스페인의 미드필더 알렉시아 푸테야스(29·바르셀로나)나 독일의 미드필더 레나 오베르도르프(21·볼프스부르크), 노르웨이의 스트라이커 아다 헤게르베르그(28·리옹) 등도 주목되는 선수다. 오노메 에비(40·나이지리아)는 대회 출전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했던 데니스 로드먼(62)의 딸 트리니티 로드먼(21·워싱턴 스피리트)도 미국 팀에서 뛴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공격수 문미라가 지난 13일 호주 캠벨타운 토마스 하셀 성공회 고등학교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대회 우승후보는

외신에서는 피파 순위 1위인 미국과 지난해 열린 유럽여자축구선수권 우승팀 잉글랜드가 자주 거론된다. 미국은 1991년 원년 대회 우승에 이어 1999년, 2015·2019년 정상에 올라 통산 최다 우승(4회)을 차지했다. 독일(2003년·2007년)이나 노르웨이(1995년), 일본(2011년)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기록이다. 미드필더 키라 월시(26·바르셀로나)를 앞세운 잉글랜드는 독일을 꺾고 유럽대륙 패권을 차지한 상승세를 몰아 우승 트로피를 따겠다는 열망이 강하다. 전통의 강호인 독일, 프랑스, 스웨덴을 비롯해 개최국 호주와 뉴질랜드도 돌풍을 몰아칠 수 있다.

성 평등 목소리 높은 월드컵

남녀 상금 격차 해소 등 축구 성 평등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번 대회의 특징이다. 호주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17일 월드컵 상금을 남자 선수들과 같은 수준으로 배분하라는 요구했고, 도쿄올림픽 우승팀 캐나다도 주요 대회에서 남자팀과 동등한 수준으로 포상금을 받기 위해 협회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피파는 이번 대회 총상금 규모를 2019년 프랑스 대회의 3배가 넘는 1억5200만달러(1916억원·순수 상금만은 1억1000만달러)로 늘렸다. 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주장 완장 8개를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는 ‘포용을 위한 연대’, ‘원주민을 위한 연대’와 함께 ‘성 평등을 위한 연대’ 문구도 포함돼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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