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김혜수 “연기력 호불호? 관객들 생각이 맞을 거예요”[인터뷰]
배우 김혜수가 3년 만에 숨비소리 내며 스크린 대전 위로 솟아오른다.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1970년대 해녀 겸 밀수꾼 ‘춘자’로 분해 러닝타임 129분을 채운다. ‘내가 죽던 날’(2020) 이후 오랜만의 기지개다. 그러나 개봉 전 진행된 언론배급과 일반시사회에서는 그의 연기력에 대한 호불호가 진즉에 갈렸다. ‘과잉 표현’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글쎄요. 아마도 관객들이 그렇게 봤다면 그게 맞을 거예요. 제가 ‘춘자’를 이렇게 준비하고 연기했다고 말하면 그걸 염두에 두고 보는 사람들은 ‘아, 그래서 이랬구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무 정보없이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름대로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라고 봤어요. 가족 없이 삶을 ‘진숙’(염정아)에게 의탁하는 처지라서,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대부분 위장하거나 숨기는 게 ‘춘자’의 생존 방편이라고 생각했죠.”
김혜수는 19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여름 성수기 대전에 ‘밀수’를 내놓는 소감부터 물 속 연기의 고충, 조인성과 호흡, 그리고 ‘진짜’에 대한 소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성 투톱물 아닌 캐릭터 영화, 팀워크에 대해 또 배웠어요”
흔히들 ‘밀수’를 김혜수· 염정아 여성 투톱물로 알고 있지만 김혜수의 생각은 달랐다. ‘여름 성수기 대전 유일한 여성 투톱물이란 자긍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본을 봤을 때부터 ‘여성 투톱물이다. 책임감을 느껴야겠다. 완전 멋지겠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이건 캐릭터물이니까요. 각 인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밀도 있게 관계성을 만들어가느냐, 그게 관건이었고요. 이들의 관계 양상이 어떻게 발현되는지가 기대포인트였어요. 시대극이기도 하고 여성 서사가 있기도 하지만, 전 캐릭터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고요.”
극 중 물속에서 밀수품을 끌어올리는 장면들이 많아 수중 연기 연습이 동반되어야만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촬영 때문에 많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예전에 수중 촬영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진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걸 극복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주변에서 많이들 배려해줬죠. 또 해녀 역을 맡은 배우들끼리 우정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어요. 현장이 행복했던 이유기도 했고요. 이번엔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받기도 했고 도움도 받았는데, 그런 면에서 참 선물 같았어요. 좋은 배우들을 만났고 진심으로 모두가 뜨거웠어요. 부상도 있었지만 그걸 압도할 만한 일체감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꺠달았다는 그다.
“다시 환기가 됐다고나 할까요. 제 정체성에 대해 ‘잊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고, 그게 상당히 오래갈 것 같아요. ‘우리’의 정체성은 팀이고, 나의 정체성은 ‘팀원’이라는 건데요. 늘 염두에 둬야했던 건데 이번 현장에서 자연스럽고도 자유롭게 배운 것 같아요.”
■“조인성의 눈, 정말 좋더라고요. 그야말로 ‘진짜’였죠”
극 중 묘한 관계를 이루는 권상사 역의 조인성 이름이 언급되자 그는 주저없이 칭찬을 쏟아냈다.
“눈이 정말 좋더라고요. 화면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전 그와 직접 연기를 했잖아요? 물론 그동안 오래 봐왔고 화면으로도 줄곧 봐온 배우지만, 연기를 해봐야 ‘진짜’를 알거든요. 이 사람이 혼자만 연기하는 사람인지, 가짜를 기가 막히게 기술적으로 연기하는 사람인지, 혹은 진짜인지 직접 부딪혀봐야 아는데요. 조인성의 눈은 정말 압도적으로 진짜였어요. 강렬한데 서늘하더라고요. 캐릭터는 배우를 만났을 때에야 완결이 난다고 생각하는데, ‘권상사’는 조인성이란 배우의 눈으로 완결된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진짜’란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그의 마음 속에 ‘진짜’란 단어가 단단하게 자리잡은 모양이었다.
“삶의 모든 순간이 다 진짜일 수 없듯이 영화에서도 모든 게 진짜이기만 하면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정말 필요한 ‘진짜’의 순간, 군더더기 없이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야 전달되지 않나 싶은데요. 아직은 그 ‘진짜’ 연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지만 늘 좋을 순 없잖아요? 각자의 기준이 다르고 삶과 마음의 태도가 다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진짜’가 정답이라고 해서 남의 답이 오답이라고 할 수 없듯이, 저도 그저 제가 마주한 작품 속 캐릭터로서 매 순간 진심을 다하려고만 해요. 그럼에도 제가 우기는 ‘진짜’가 남이 보기엔 아니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제가 한때는 ‘진정성’이란 말을 싫어했거든요? 난 진심을 다했는데 어쩔 땐 그게 안 보인다고 평가 받고, 또 어쩔 땐 난 아니었는데 카메라가 더해지고 연출력이 덧입혀지면서 진정성이 보인다고 해서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순간의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흐름에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몰입하는 게 ‘진짜’일 수 있다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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