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소재 독점하려는 日…삼성전자에 칼 뽑았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日정부계 펀드 포토레지스트 1위 JSR 인수
해외 기업·펀드의 적대적 M&A 사전 차단
'빅5' 중 4곳이 日기업…합치면 점유율 72%
2030년까지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인 15조엔(약 136조원)으로 늘려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본 정부.
약점을 보강하는 동시에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마련했다. 일본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반도체 소재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지난 6월24일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는 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JSR을 약 1조엔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필수적인 소재(감광액)를 말한다. 한일관계가 최악이었던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한국에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가운데 하나가 포토레지스트였다. JSR의 포토레지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 생산용 포토레지스트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JSR은 1957년 일본 정부가 세계적인 천연고무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원래 사명도 '일본합성고무'였다. 1969년 민영화 이후 1970년대 후반 포토레지스트 사업에 진출한 게 지금의 주력사업이 됐다.
JIC는 2018년 출범한 경제산업성 산하 투자펀드다. 일본 정부가 지분의 96%를 갖고 있다. 도요타, 소니, 히타치, 파나소닉 등 일본 대표 대기업 24곳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JSR 인수 발표 이후 경제산업성과 JIC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JSR 인수는 JIC의 독자적인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지분 구도만 봐도 일본 정부의 주도로 이뤄진 거래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한 번 민영화했던 회사를 도로 사들인 것이다.
일본 정부 계열 펀드가 JSR을 사들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 규모가 반도체 소재 기업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어서다. 반도체 공정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반도체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급격히 늘고 있다.
TSMC는 지난 1월 연간 설비투자액을 최대 360억달러(엔화 환산시 약 5조2000억엔)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앞으로 20년간 총 300조원(약 32조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간 매출이 4088억엔, 순익이 157억엔(2022년 기준)인 JSR이 홀로 쫓아가기는 어려운 규모다.
더 큰 이유는 JSR이 적대적 M&A로 해외에 팔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JSR의 시가총액은 약 7000억엔인데 외국인 보유지분이 54%에 달한다. 3년새 외국인 주주 비율이 12%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캐피털도 이사회 의석을 갖고 있는 주요주주다.
4조원 정도를 투자해 외국인 보유지분만 사들여도 JSR을 인수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JSR 인수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승인이 장애물로 지적된다.
JIC는 공개매수를 통해 JSR 지분 100%를 확보해 2024년 주식시장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다. 지분 100%를 확보하면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다.
세계 5대 포토레지스트 기업 가운데 네곳이 일본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JSR이 도쿄응화공업, 신에쓰화학공업, 후지필름 등 일본계 기업 3곳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 네곳이 합치면 시장 점유율이 72%까지 올라간다.
지금까지 비어있던 첨단 반도체와 최첨단 반도체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거나 자국 기업을 신설해서 채우고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소재 사업은 업계를 통합해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 5월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TSMC와 경쟁하고 싸워나가야 하는 부분도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주력 산업인 한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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