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잖아!" 협박에 끙끙…문신 1600만 시대, 시술자는 여전히 '범법자'

정심교 기자 2023. 7.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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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합법화 관련 발의된 법안만 8개…국회, 입법 추진에 속도
의료계 "진피까지 침투 땐 위해성 심각…스티커 타투 권장을"
반영구화장사들 "시술 90%는 표피까지만 침투…타투는 별개"

국내에서 반영구화장·타투 등 문신을 해본 사람이 16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국회 테이블에 '문신(반영구화장·타투) 합법화' 카드가 올라오면서 시술자들과 의사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하는데, 세계에서 유일하다. '의료인'의 문신 시술만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그런데도 일부 불법 시술자 사이에선 문신 시술로 번 돈으로 100억원대 건물을 샀다는 후문이 나돌 정도로 수면 아래의 문신 산업은 '성업 중'이다.

20일 문신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문신 시술자 양성을 위한 자격증 응시과목 개설 등에 대해 반영구화장사·문신사 등과 함께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신 합법화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앞서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영구화장사·문신사 등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자는 '타투업법' 관련 논의를 실시하면서 본격화했다. 문신 합법화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엔 △타투업 법안(류호정 의원) △문신사 법안(박주민 의원) △반영구화장문신사 법안(엄태영 의원) △신체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률안(송재호 의원) 등 8개다. 이들 법안은 문신 시술자의 면허와 업무 범위 등을 골자로 한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도 반영구화장 관련해 새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회에서 문신 합법화에 대해 논의가 본격화하자 의료계가 '발끈'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의료인의 피부 침습 행위에 대한 위험성' 때문이다. 흔히 '타투(tatoo)'는 말 그대로 문신이란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진피(속 피부)에 색소를 넣는 행위'에 한해 통용된다. 바늘을 사용해 피부 깊숙이 색소를 넣으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타투인 것이다. 이익준 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은 "문신(타투)은 피부 장벽을 뚫고 염료 같은 이물질을 주입하는 행위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침습적 시술"이라며 "비의료인이 문신 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건 국민의 건강권과 행복권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영구화장사들은 "타투와 달리, 반영구화장은 진피가 아닌 표피(겉 피부)에만 색소를 넣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며 "문신 중 타투와 반영구화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영구화장은 눈썹·두피·아이라인·입술 등의 표피에 색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피부의 가장 바깥을 이루는 표피 세포는 1~2개월을 주기로 바뀌는데, 피부를 밀 때 나오는 '때'가 표피에서 오래 머문 표피세포들인 각질이다. 표피세포는 밀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간다. 눈썹 반영구화장 시술 효과가 1~2개월 때 서서히 사라져 짧게는 2개월, 길어도 1~2년 후엔 없어지는 이유다. 반영구화장·타투·SMP 합법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윤일향(전 용인대 미용경영학과 교수)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은 "색소를 표피에만 넣는 반영구화장은 진피까지 침입하지 않으므로 의료가 아닌 생활 미용이자 K-뷰티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의료인이 단지 손기술만으로 정확히 표피까지만 침투할 수는 없을 것이란 게 의료계의 견해다. 표피와 진피는 마이크로현미경 같은 장비로만 관찰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윤일향 중앙회장은 "반영구화장 시술을 받은 고객들이 '지워져서 다시 하러 가야 한다'는 게 불만 중 하나인데, 표피까지만 주입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며 "간혹 실수로 진피까지 침입하더라도 피부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1~2회만 받으면 싹 지워진다. 이는 30회 이상 레이저 치료받아야 겨우 지울 수 있는 타투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문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양성되는 문신 산업은 지난해 기준, 3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9년(2조원)보다 4년 새 50% 성장한 셈이다. 문신 시술자는 60만 명 이상이며, 그중 약 90%가 반영구화장, 나머지 10%가 타투를 시술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영구화장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이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문신을 시술받으려면 문신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문신업계 종사자 A씨는 "문신 시술소에서 사용하는 '니들(바늘)'은 원래 2급이 더 좋은데, 현재는 문신이 불법이라 1급 니들만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급 바늘은 일회용이지만, 개봉 후 이오(EO)가스로 멸균해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오가스 발생장치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인 데다, 이오가스를 잘못 흡입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일반 샵에서 이오가스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문신 현장에선 이오가스 멸균 없이 개봉하자마자 사용하는 게 흔하다는 것. 이들이 원하는 2급 바늘은 낱개 포장된 일회용 제품으로, 이미 이오가스 멸균 처리가 돼 있어, 사용자는 별도의 이오가스 발생장치를 구비하지 않아도 된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 60여명이 1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문신 행위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07.12.

국내에서 반영구화장·타투 시술은 피부관리실, 네일숍, 미용실 또는 반영구화장·타투 전문숍이라는 간판을 내건 숍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또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개인 오피스텔에서 불법 시술이 암암리에 이뤄지기도 한다. 네일숍 운영자 B씨는 "사업자등록증 주종목에 엄연히 코드 930207(국세청 업종코드: 기타 미용업)의 '반영구화장(또는 타투)'라고 추가해 세금을 내는 데도 누군가로부터 불법 시술로 신고받으면 벌금까지 내야 해 세금도 벌금도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의료기관(병원)을 제외한 곳에서의 문신 시술은 모두 '불법'이다. 문신 시술 관련 자격증도 당연히 없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이라는 점을 악용해 돈을 뜯어내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 고문 변호사인 박승현 변호사는 "두피 문신을 받고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레이저 제거술 비용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까지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법으로 신고당한 경우 단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면 보통 약식기소로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보건범죄단속특별조치법'에 저촉되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실제로 불법으로 문신 시술소를 운영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들이닥친 후 고객 장부를 확인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선고받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이런 경우 대부분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데, 이득액이 8억원 이상으로 높았던 한 시술자에겐 징역형이 실제로 적용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신업계 관계자 C씨는 "합의하지 않으면 불법 시술 사실을 신고당할까 봐 돈을 뜯기는 사례는 너무 많다"며 "협박당하거나 경찰·검찰 조사를 받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문신 합법화를 막겠다는 의료계는 그 대안으로 '스티커 타투'나 '디지털 타투 프린트'를 내놨다. 황지환 대한피부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는 "스티커처럼 붙이는 스티커 타투야말로 표피세포가 탈락하는 주기에 맞춰 한 달 정도 유지된다"며 "30분만 투자해도 고통 없이 문신 문양을 즐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신업계에선 '탁상공론'이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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