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없네?" 이웃과의 눈치싸움 끝...달리면서 충전하는 전기차 시대
[편집자주]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당연히 커질 시장. 바로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다. 미래 먹거리 마련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빅데이터 수집을 위해 아예 충전기 시장 장악에 나섰다. 무선충전과 로봇충전 등 신기술에 눈을 돌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충전기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한 셈이다.
달리는 전기차를 무선으로 충전해주는 도로. 주차된 전기차에 찾아와서 충전을 시켜주는 로봇.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볼 가능성이 높은 기술들이다. 상용화할 수 있다면 현재 겪고 있는 전기차 충전의 어려움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 충전기 확보를 위한 이웃과의 눈치싸움과 같은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배터리 무선충전은 현대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다. 충전패드를 땅에 배치하고, 전기차 밑바닥에 수신기를 달아 무선충전을 하는 방식이다. 무선충전이 인체에 무해한지, 충전 효율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경제성은 있는지 여부 등이 현 시점에서 검증 대상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지난해부터 무선충전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충전속도는 11kW(킬로와트)로 일반 완속충전기(7kW) 보다 조금 더 빠른 정도였다. 폭스바겐은 미국 녹스빌에서 6.6~120kW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테슬라의 경우 무선충전 관련 업체 인수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남산순환버스, 청계천자율주행버스 역시 무선충전 방식의 전기차다.
이 무선충전 기술을 도로에 적용할 수 있다. 도로 일정구간에 충전패드를 쭉 매립하면, 전기차가 달리면서 충전까지 하는 게 가능하다. 주차장과 같은 특정 장소를 찾을 필요없이 주행 중 충전이 가능한 것이어서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개념이기도 하다. 배터리 용량 등 전기차에 가해지는 제약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일렉트리온이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다. 시속 60㎞로 200m를 주행할 때 평균 70kW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부터 스웨덴 고틀란드섬 1.6㎞ 구간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스웨덴 정부는 2030년까지 약 2000㎞에 달하는 무선충전 구간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렉트리온은 최근 프랑스 정부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파리 남서부에 있는 A10 고속도로의 2㎞ 구간에 무선충전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로봇을 이용한 충전 역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자동차가 주차를 하면, 자동으로 로봇이 충전을 해주는 방식이다. 로봇이 이동할 수 있는 레일과 같은 장치를 설치할 경우, 주차장 특정 지역에서만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 보다 손쉬운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전기차 충전 로봇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로봇이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충전구의 정확한 위치와 각도를 계산해 충전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충전이 완료되면 충전기를 뽑아 제자리에 돌려놓고 차량의 충전구 덮개를 닫기까지 한다. 현대차는 로봇충전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역시 비슷한 콘셉트로 오는 9월부터 2년간 로봇충전시스템 실증사업을 신방화역 환승 공영주차장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전기차 생태계에서 뒤안길에 접어든 '교환형 충전'이 설 자리를 찾았다. 바로 전기 오토바이 분야다.
16일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 오토바이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전기 오토바이의 판매는 베트남에서 전년 대비 43.6%, 인도네시아에서 19.2% 늘었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대만의 전기 오토바이 판매 비중은 전체 오토바이 판매량 대비 12%에 달한다.
전기 오토바이 시장이 커지며 배터리 교환스테이션(BSS)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전기 오토바이의 경우 배터리 교체 방식으로 충전을 하는 게 표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승용차보다 배터리 용량과 크기가 작고 교체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간 교환형 충전방식은 전기차 생태계에서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했다. 배터리 규격 통일이 어렵고, 배터리 교환 설비의 유지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 교환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염려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걸림돌이었다. 르노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교환형 배터리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륜차 부분에서 현재 배터리 교환형 충전 방식이 가장 잘 정착된 국가로는 대만이 손꼽힌다. 대만의 고고로(Gogoro)는 2500개 이상의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고고로는 대만 외에도 중국과 인도 등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CCT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토바이 중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모델은 30% 수준으로 파악된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모델의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6만7000개소의 BSS를 설치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독립법인(CIC) 쿠루(KooRoo)는 오는 9월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삼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편의점에 위치한 BSS를 찾으면 된다. 다 쓴 배터리를 오토바이에서 뽑은 다음, BSS에 있는 완충 배터리와 교환할 수 있다. 20초 정도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쿠루는 국내 사업이 안정화되면 해외로 사업 기회를 점차 늘릴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이 적진 않다. 섬 단위나 도심 일부 지역에서 정착하는 것을 넘어, 도시 및 국가 단위로 확장해 BSS를 설치하기 위해선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나솔 15기' 옥순♥광수, 깜짝 결혼소식…"교제 15일 만에 확신" - 머니투데이
- "주말 근무한다더니 불법 마사지업소 간 남편"…결혼 1년 만에 위기 - 머니투데이
- 하니, 파격적이었던 베드신 연기 언급…"덕분에 인생 경사 났다" - 머니투데이
- 화사 '공연음란죄' 고발에도 강렬 무대…디오, 입도 못다물었다 - 머니투데이
- 강주은 "키아누 리브스, 날 좋아했나? 유부녀인 내 연락처 수소문" - 머니투데이
- '정답 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반대 서명…"모자란 남자" 악플 저격 - 머니투데이
- "지금까지 후회"…윤하, 16년 전 '신인' 아이유에 한 한마디 - 머니투데이
- 신생아 10명 사망 16명 중태…인도 대학병원서 일어난 비극 - 머니투데이
- 패배 눈앞에서 대역전극…한국 야구, 4강행 마지막 희망 잡았다 - 머니투데이
- '故송재림과 열애설' 김소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추모글 보니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