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토큰증권 입법화, 업계는 '반신반의'

김지영 2023. 7.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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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화 빠르지만…업계 "시행령·하부규정 언제?"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이달 중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토큰증권(ST)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불확실한 제도와 정책 추진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최근 토큰증권발행(STO) 관련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리기업에 힘이 되는 증권형 토큰(STO)'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지 5개월 만에 정부와 여당은 이달 법률 개정안을 공개했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원장을 '증권 공적장부'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과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중개업자를 신설하는 게 이번 법안의 주요 골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존 증권을 음식으로 표현하고 유가증권, 전자증권, 토큰증권 등을 권리의 거래방법으로 정의하며 그릇으로 빗댄 바 있다. 기존 그릇으로 담기 어려웠던 음식들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기존 음식들도 새로운 그릇으로 담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6개로 분류되는 증권 모두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하에서는 토큰증권으로 발행 가능하다"며 "다만 과거에 증권화 하지 못했던 다양한 권리를 담고자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채권의 경우는 이미 증권사가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며 비상장 주식은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씨티은행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이 5조 달러(약 6천3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토큰증권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제도와 정합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또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발표한 글로벌 시장 전망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2024년 34조원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36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은 본회의 통과까지 5년이 걸린 반면, 토큰증권은 가이드라인과 입법공청회까지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게 제도가 준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이번 법률 개정안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혁신으로 증권을 거래하는 방법에 대한 제도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권리를 표시하고 이전하는 방법 측면에서 역사적 분기점을 만들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토큰증권 시장이 더 활성화가 되기 위해선 당국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입법화까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건 없어 발행사의 입장에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코스콤은 지난 18일 개최된 토큰증권 매칭데이 참가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 중 발행사 83%, 유통사(금융사) 79%가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걸림돌로 제도를 꼽았다. 현 제도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정책 대응과 규정 준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토큰증권 매칭데이에 참석한 한 발행사는 금융당국의 최근 공개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명확하지 않아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전자증권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사업의 방향을 잡는데,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다 보니 사업도 제자리 걸음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발행사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중 블록체인을 거래 기록상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은 진일보했다"면서도 "발행사 입장에서 가장 확인하고 싶은 것은 전자증권법의 시행령과 하부규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토큰증권 시장이 열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과 시작점이 실제 입법화와 시간차이가 있어서 혼선이 있다"며 "가상자산법도 2년이 걸렸는데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게 없으니 발행사의 입장에선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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