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겉모습에 속았다…거품 없는 CU '왕뚜껑' 맥주
풀오픈탭 구현…거품은 구현 못 해
너네 캔맥주는 거품도 안 나니
최근 주류업계에서 가장 '핫'한 상품은 바로 아사히의 풀오픈탭 맥주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입니다. 마치 참치캔처럼 캔 뚜껑 전체를 들어올리는 방식 때문에 '왕뚜껑 맥주'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뚜껑을 따면 생맥주처럼 조밀한 거품이 넘쳐올라오는 비주얼이 그럴듯합니다.
맛도 '캔맥주치고는' 제법 크리미해서 생맥주캔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도 하죠. 롯데아사히주류가 지난 5월 시범 판매를 시작해 연일 완판 행진을 벌였습니다. 일부 판매점에선 '오픈런'까지 벌어졌습니다. NO JAPAN 운동 이후 4년 가까이 이어졌던 일본 맥주 불매 고리를 끊어낸 제품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최근엔 아예 한국 전용 패키지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습니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는 팝업스토어도 열었습니다. 485㎖ 대캔도 판매를 검토 중입니다. 일본에 출시된 '2탄' 아사히 쇼쿠사이의 국내 출시를 바라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CU "우리도 왕뚜껑"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도 비슷한 '미투' 제품이 나오지 않을 리 없습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건 편의점 CU입니다. 아사히가 '왕뚜껑 맥주'를 출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비슷한 풀오픈탭 맥주 '서든어택 펑 크림에일'을 내놨습니다. 개봉 시 수류탄이 터지는 것 같은 '펑'소리가 나는 이색 맥주입니다.
CU에 따르면 펑 크림에일은 출시 한 달만에 10만개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계속되는 품절 러시로 아사히 생맥주캔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비슷한 풀오픈탭 맥주인 펑 크림에일을 고른 셈이죠.
지난주에는 풀오픈탭 캔을 적용한 '원샷원컵' 하이볼도 내놨습니다. 요즘 주류 시장의 대세와 대세를 한 곳에 모아놓은 셈인데요. 뚜껑 전체가 열려 바로 얼음을 넣어 마실 수 있어 음용의 편의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이달 말에는 풀오픈탭 페일에일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들은 CU의 '왕뚜껑 맥주'를 구매한 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사히 생맥주캔처럼 캔을 따면 거품이 흘러넘치는 비주얼을 기대했지만 거품이 전혀 나지 않는, 일반적인 맥주였다는 겁니다.
왕뚜껑은 되는데, 거품이 안돼
실제 CU에서 펑 크림에일을 구매해 직접 마셔 보니 일반적인 맥주와 마찬가지로 캔을 딴 후 거품이 올라오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아사히 생맥주캔과는 확연히 달랐죠.
여기에는 작은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CU가 펑 크림에일을 출시하며 낸 보도자료를 보면 '제품을 위아래로 적당히 흔든 뒤 캔 뚜껑을 따면 펑~ 하는 소리가 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탄산이 든 맥주를 흔들어 따면 큰 소리가 나며 거품이 넘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풀오픈탭 맥주인 만큼 거품이 일반적인 맥주보다 역동적으로 흐르는 것을 강조했다는 겁니다.
뒤이어 나온 풀오픈탭 하이볼 역시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풀오픈탭이라 얼음을 넣어 먹기 좋다지만, 500㎖ 캔에 음료가 꽉 차 있어 실제로 얼음을 넣는 건 하이볼을 반쯤 마신 후에야 가능하죠.
결국 뚜껑을 따면 자연스럽게 생크림같은 거품이 흘러 나오는, 아사히의 기술은 따라잡지 못한 채 참치캔처럼 열리는 '풀오픈탭'만 카피한 셈입니다. 소비자들이 아사히 생맥주캔에 열광하며 품귀 사태가 일자 여기에 편승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인기 제품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풀오픈탭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갖고, 만족할 소비자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넘치는 거품을 생각했다가 실망한 소비자도 분명 있을 겁니다. 맥주 자체는 맛이 썩 괜찮았기에, 아쉬움은 더 큽니다.
아사히 생맥주캔 인기의 본질은 캔맥주에서도 생맥주의 풍부한 거품을 즐길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풀오픈탭은 그 풍부한 거품을 만들기 위한 수단입니다. 수단이 아닌, 본질을 카피하는 주류업계가 되길 바라 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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