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의 세계]④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 발표 이후… 전문가들 “과민반응 불필요”

이민아 기자 2023. 7. 20. 07: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HO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 분류...소비자 여전히 혼란
정재훈 교수 “제로 콜라 먹겠다”
윤지현 교수 “단맛 줄이라는 건 원론적...감미료, 당뇨 환자들에게 필요”

“아스파탐은 발암 가능 물질이나, 지금처럼 먹어도 괜찮다.”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 산하기구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해 내린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날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했다. 동시에 JECFA는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을 체중 1㎏당 40㎎으로 기존의 판단을 유지했다. 소비자들은 “그래서 아스파탐을 먹어도 되는 게 맞는 것이냐”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다수 전문가들의 답은 “먹어도 된다”로 요약된다. 단맛이 필요하지만 설탕을 먹을 수 없는 당뇨 환자라면 아스파탐을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환자가 아닌 사람들도 일정 부분 섭취는 가능하다는 조언이 많다. 이번 IARC의 결론이 마음에 걸린다면 선택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탄산음료 진열대./연합뉴스

◇”아스파탐 들어간 음식 먹겠다”는 전문가들

소비자들의 혼란은 IARC와 JECFA의 평가 잣대가 다른 데서 나온다. JECFA는 특정 성분을 식품을 통해 섭취했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따지는 비교적 실질적인 기준이다. 반면 IARC는 섭취량과는 관계 없이 해당 물질의 발암 위험도를 판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9년 기준 아스파탐 섭취량이 평균 일일섭취허용량의 0.12%에 불과하다.

현행 아스파탐 일일섭취허용량에 따르면, 체중 60㎏ 성인이 250ml 다이어트 콜라(43㎎)를 매일 55캔(2.4g)을 마셔야 채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IARC의 권고 이후 전문가들 가운데 ‘아스파탐을 그대로 먹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그냥 지금처럼 제로콜라를 먹겠다”며 “삶의 습관을 한번에 바꾸기 어렵고, 일상화된 탄산음료 섭취를 그나마 당이 적은 음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이 가치를 비용효과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권고가 ‘제로콜라 대신 오리지널 콜라를 먹는게 더 낫다는 이야기인가?’로 관점을 바꿔보면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며 “오리지널 콜라가 가진 전체 함량의 10%에 해당하는 당분이 가질 위험에 대한 고려를 해보면 암발생 이외에도 과체중, 당뇨병과 이로인한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고려가 돼야 한다”고 썼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아스파탐은 2B군에 속해 있는데, 위험성 때문에 이 물질이 들어간 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과민 반응 말아야...가공육도 1군 발암물질이나 적당량 섭취시 괜찮아”

이번 IARC 발표 이후에도 아스파탐, 나아가 인공 감미료의 유해성에 대해 과하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인다.

단맛이 나는 식품을 섭취하는 걸 줄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안은 쉽사리 지키기 어려운 것인데다, 인공 감미료는 당뇨 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스파탐을 넣은 제로 콜라 같은 식품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현재 식품업계나 소비자 여론이 과열되고 있다”며 “과거 1군 발암물질로 지정돼 파장이 무척 컸지만, 적당량 섭취 땐 많이 위험하지 않다는 게 밝혀진 가공육처럼 아스파탐 논란도 정리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다만 발암 가능 물질 지정으로 찝찝한 사람들은 아스파탐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면 되지만, 인공 감미료보다 설탕이 몸에 해로운 당뇨 환자들도 있다”며 “WHO는 단맛을 즐기는 식습관을 바꾸라고 했지만,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다. 단 음식을 원하는 70·80대 고령 당뇨 환자들은 인공 감미료를 활용한 식품을 섭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설탕의 부작용 때문에 당뇨 환자들에게는 대체 감미료의 부작용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IARC의 분류는 소비자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실질적으로 신경써야할 것은 우리나라 식약처의 권고”라고 강조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