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대성동 이야기] ① 유엔군 감시받는 DMZ 유일 마을
통행·영농활동 등 유엔군 통제받아…"통일되면 관광상품 될 것"
[※ 편집자 주 = 올해는 6·25전쟁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연합뉴스는 정전협정에 따라 만들어진 비무장지대(DMZ) 유일 마을인 대성동 마을을 조망하고 주민들의 삶을 전하는 3건의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한국전쟁의 포성이 공식적으로 멈춘 지 70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도 일흔살이 됐다.
'자유의 마을'로도 불리는 대성동 마을은 군사분계선(MDL)에서 400여m 떨어져 있어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조산리다.
이 마을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이 DMZ 내에 자유의 마을을 1곳씩 둔다는 합의에 따라 정전협정 체결 1주일 뒤인 8월 3일 조성됐다. 북한에 만들어진 기정동 마을과는 불과 800m 떨어져 있다.
애초 마을 이름은 '토성(土城)'이었으나 '태성(台城)'으로 불리다가 유엔군이 '대성'으로 발음하면서 굳어졌다.
김동구 마을 이장은 "마을 팔각정이 있는 자리에 언제 축조됐는지는 확실치 않은 토성이 있어 '태성'이라 불렀으며, 토성 주변에서 기와 등이 많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어르신들께 들었다"며 기억을 소환했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 법률이 적용되지만 DMZ 내에 있다 보니 유엔군사령부의 보호를 받는다.
판문점과 달리 일반인 관광은 불가능하다.
외부인은 마을 주민의 초대로 사전에 신청한 사람만 정해진 시간에 출입할 수 있다. 출입 시 공동경비구역(JSA) 민정 중대의 경호를 받아야 한다.
마을 주민도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는 통행이 금지된다. 또 오후 7시에는 민정 중대가 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인원을 점검한다.
현재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은 51가구 141명이다. 마을 조성 초기 30가구 16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구수는 늘고 주민 수는 줄었다.
이 마을에 살기 위해서는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까다롭기 이를 데 없으며, 중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외부로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곤 8개월 이상 계속 살지 않으면 주민 자격이 상실된다.
주민들은 자가용을 운전하거나 평일 4회, 주말 3회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금촌이나 문산읍에 가서 생활필수품을 사 온다.
김동구 이장은 "과거에는 교통수단이 없어 일주일에 한 번씩 미군들이 트럭으로 주민들을 문산까지 데려다줬어요. 그때 비하면 외부와의 통행이 많이 수월해진 편이죠"라고 말했다.
대성동 마을로 들어가는 모든 차량은 합의에 따라 유엔 깃발을 달아야 한다.
통제를 받는 만큼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도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국방의무와 납세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병역 면제에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이곳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대성동 마을 주민이 될 수 있지만, 이 마을 여자가 외부 남자와 결혼하면 마을을 떠나야 한다.
주민 대부분은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경작권만 인정받고 소유권은 없다. 농사일을 하기 위해서는 JSA 경비대대 소속 군인들과 동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 주민들은 영농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쌀은 정부가 30%, 지역농협 쌀 종합처리장(RPC)이 50%, 자체 RPC에서 약 20%를 수매한다.
특히 이 지역은 DMZ 접경 청정지역이라는 특성을 살려 고부가가치의 쌀을 생산한다. 하지만 외부 인력의 출입이 어렵다 보니 일손이 부족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지 못한다.
마을에 유일한 교육기관인 대성동 초등학교가 있다. 1954년 마을 자치 학교로 운영되다 1968년 5월 8일 3학급 규모의 대성동국민학교로 승격됐다.
현재 학생 수는 학년당 5명씩 총 6학급에 30명이고 교사 및 행정직원 수가 22명이다.
외지인도 추첨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데 일반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미군·JSA 장병과 함께하는 영어 체험학습, 퓨전 타악반 등이 있다 보니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교육과정은 일반 학교와 같다. 다만, 스쿨버스 출입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방과 후 교육활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며 무료다.
졸업식은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 등 군인들도 참석해 마을 축제로 치러진다.
마을회관 옥상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북한 기정동 마을과 개성공단, 송악산 등이 한눈에 보인다.
대성동 마을 국기 게양대는 99.8m로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며 태극기 크기도 가로 18m, 세로 12m에 달한다. 북한 기정동 마을의 국기 게양대는 이보다 높다. 원래 80m 남짓이었지만 경쟁이라도 하듯 165m 높이로 다시 만들었다.
과거에는 주민이 북한에 납치되는 일도 있었다. 1975년 외지인이 농사일을 도우러 왔다가 북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고, 1997년에는 도토리를 줍던 모자가 납치됐다가 닷새 만에 풀려났다.
이런 아픔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남북 관계의 개선을 누구보다 절실히 바라고 있으며 나아가 남북이 통일되는 날도 기다리고 있다.
김 이장은 "우리 마을은 현재 외부인 출입 통제로 많은 사람이 볼 수 없으나, 통일된다면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징성과 역사성이 큰 만큼 잘 보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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