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출산 허용 보다 시급한 일…미혼부모 지원·상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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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19)는 올해 초 출산을 앞두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한 병원을 찾았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출산한 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겨 다른 가정에 입양되게 할 생각이었다.
독일 정부가 2014년 5월∼2016년 9월 익명 출산을 고민하며 상담기관을 찾은 산모 1277명의 출산·양육 유형을 집계한 결과 가정 양육을 택한 이가 26.0%, 익명 출산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뒤 입양을 보낸 이가 15.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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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아동]
ㄱ씨(19)는 올해 초 출산을 앞두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한 병원을 찾았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출산한 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겨 다른 가정에 입양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보니 미안함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고향에 있는 아동보호단체를 수소문해 양육에 필요한 상담을 받으면서 남자친구와 아이를 기르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단체 직원들이 함께 가족을 찾아 아이 양육을 설득했다. 현재 ㄱ씨는 남자친구와 결혼해 아이를 기르고 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 2123명을 조사해보니 249명(11.7%)이 이미 숨진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가 아동·유기 예방 대책중 하나로 ‘보호출산제’ 입법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보건소 등에서 상담을 받은 뒤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한다. 양육을 원치 않는 경우 아이는 지방자치단체에 인도된다.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걸 꺼리는 산모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적법한 입양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혼부모 지원 단체들은 보호출산제가 ‘섣부른 해법’이라고 우려한다. ㄱ씨 같은 위기 임신부가 양육 포기를 고민하는 건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뿐 만이 아닌 양육에 필요한 지식과 경제력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아동의 친부모 알 권리 침해 우려가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보다 임신·출산·양육에 필요한 상담과 지원을 강화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미혼모 지원·상담 단체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설명을 들어보면, 양육 포기를 부추기는 요인은 출산과 성에 대한 지식 부족과 건강에 대한 우려 등 여러 요인이 겹쳐진다. 10대 임신부 등은 병원을 한번도 찾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산통을 느껴 집에서 출산하는 일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고립까지 겹치면 아동 유기·학대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현재 0∼2살 아이를 기르는 한부모 가정은 부모급여(0∼1살 기준 월 70만원) 외에 매달 △양육비 20만원 △아동수당 10만원 △기저귀와 분유 구매비용 각각 7만원·9만원 등을 지원받는다. 육아 부담으로 일하지 못하거 홑벌이인 미혼부모가 아이를 기르기기엔 부족한 금액이라는 의견이 많다.
위기 임신부를 상담할 통합창구를 만드는 것도 숙제다. 현재 양육에 대한 복지제도 상담은 복지부가 운영하는 ‘보건복지상담센터’(전화번호 129), 임신·출산 갈등에 대한 상담은 여성가족부 ‘가족상담전화’(1644-6621)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복지부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될 경우 자녀 양육을 선택할 때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 정보 제공 및 상담을 의무화할 계획이지만 상담기관 숫자는 시·도별 1곳 등으로 많지 않다.
반면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신뢰출산제를 2014년에 도입한 독일은 모든 여성들에게 임신유지 및 중지·출산·양육 관련 정보 및 상담을 제공하는 1600여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산모가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안내해 양육을 우선적으로 권한다. 독일 정부가 2014년 5월∼2016년 9월 익명 출산을 고민하며 상담기관을 찾은 산모 1277명의 출산·양육 유형을 집계한 결과 가정 양육을 택한 이가 26.0%, 익명 출산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뒤 입양을 보낸 이가 15.0%였다. 익명 출산을 선택한 경우는 19.5%에 그쳤다.
오영나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양육을 포기하려다가도 출산·양육에 대해 상담 받고 경제적 지원이 연계되면 마음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양육을 도울 제도를 안착시킨 뒤 보호출산제 도입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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