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반세기 만의 개혁
대전 시내버스는 1952년 도입 이후 도시의 팽창 속에서도 노선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증가하고 폐쇄되는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신규 노선은 민원이나 지역이기주의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노선 간 연계성이 떨어지고 굴곡이 심화되어갔다. 고비용 저효율 노선이 양산되고 수익성은 나빠져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빌미가 됐다.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지만 누구도 해결하려 들지 않았다. 서민의 발이라 불리는 대중교통을 개편하는 일인 만큼 골치 아픈 일이고 시민들의 반발 또한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행태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렇게 대전시장이던 2008년, 버스노선 개편을 시작했다.
56년 만에 손을 댄 시내버스 노선 개혁은 실로 방대한 작업이었다. 버스가 다녀야 할 지점이 4만 개에 달했다. 신부심권이 성장하면서 1만여 개 지점이 늘었고, 대덕테크노밸리 등 부도심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증차만 할 경우 세금 부담이 커져 되도록 시민 부담을 줄이면서 서비스를 확충하는 대안을 찾는데 몰두했다.
가장 먼저 전문가와 실무자 등 노선 개편 TF팀을 구성해 노선 개편 초안을 마련했다.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자치구, 학교, 기업체,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24회의 노선 개편설명회를 통해 1300여 건의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시내버스가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만큼 대전시 전 공무원이 시내버스에 탑승해 현장에서 개선점을 찾아 나서도록 했고, 중복된 노선을 빼고, 지하철과 버스 간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개편했다.
최종 개혁안이 마침내 도출된 때, 28개 간선과 32개 지선 그리고 30개 외곽 노선으로 대전 전역을 그물망처럼 연결했다. 급행버스 노선은 자가용보다 빠른 버스를 지향했다. 1일 500명 이상 승하차하는 정류장만 정차토록 했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도시철도 간 환승 체계를 강화했다. 1~2회 환승으로 대전 시내 어느 곳이든 오가도록 했다.
요금체계도 개선했다. 환승 횟수를 1일 3회로 확대하고, 좌석버스 요금을 일반요금과 단일화했다. 만 6세 미만 어린이의 무료 탑승 인원은 1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도로와 운행시스템의 과학화도 병행했다. 시내버스가 제때 도착하고, 정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버스 전용차로를 확대했다. 버스 전용 정차 구간 1200개소를 신설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차량 탑재형 단속시스템을 도입해 상습 정체 구간에 대한 불법주정차 단속을 실시토록 했다. 이 밖에 버스 운행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버스 운행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도 했다.
개편 직후 다양한 민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길눈이 밝지 못한 노인 세대의 불만이 많았다. 학생들의 불편을 감안해 겨울방학에 노선 개편을 단행한 것이 노인들에게는 거부감이 컸다. 그들은 새로운 노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데, 왜 하필 추울 때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두 달여가 흐르고, 이용객들이 안정을 되찾는 조짐이 보였다. 개혁 1년이 되던 해 나온 각종 지표가 필자를 기쁘게 했다. 2008년과 노선 개편 이후인 2009년을 비교 분석해 보니 확연히 달라진 것을 실감했다.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합한 대중교통 이용승객수는 1일 평균 44만 9000명에서 48만 7000명으로 3만 8000명이 증가했다. 연간 8.5%인 1,400만 명이 늘어난 것. 대한교통학회 충청지부는 노선 개편에 따른 고객만족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긍정적인 평가가 83.3%로 집계됐다. 개편 전 59.1%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였다.
반세기가 넘도록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시내버스 개혁. 비단 시내버스뿐 아니다. 골치 아프고 힘에 부치더라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후대를 염려하는 열정이 있다면 다소 어렵더라도 선택해야만 한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 연금, 노동, 교육과 같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골치 아픈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선택해야 한다. 순간의 인기에 흔들리지 않고 가야만 하는 길을 담대하게 걷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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