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리포트] TSMC가 콕 찍은 VCA "세계 톱 디자인하우스 도약"

이덕연 기자 2023. 7.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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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직랜드
-창업 3년 만에 VCA 자격 영예
초기 TSMC 자회사 용역맡아 성장
설계부터 파운드리 공정 적용까지
전 과정 처리로 파트너 선정 결실
-고성장 발판 글로벌시장 도전장
우수 설계능력 갖춰 매년 매출 상승
IPO 통해 '블루오션' 美시장 공략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 사진 제공=에이직랜드
[서울경제]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5957억 달러(한화 약 752조 원)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1440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24.2% 정도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 시장의 주류는 시스템 반도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3605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훌쩍 넘는 60.5%에 달한다. 메모리 분야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안타깝게도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3.1%에 그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는 CPU(중앙 처리 장치)·GPU(그래픽 처리 장치)·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다양한 제품군이 존재한다. 고도의 분업 생태계를 통해 발전해왔다. 영국 ARM으로 대표되는 IP(지적재산) 기업을 비롯해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이 설계를 생산 공정에 맞게 적용시키는 디자인하우스,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이후 반도체 테스트·포장 과정을 맡는 OSAT가 하나의 생태계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창업 3년 만 TSMC VCA 선정

에이직랜드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서 디자인하우스로서 도전장을 던졌다. 이종민 대표는 2016년 설립 때부터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와의 협력 관계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기술 보안을 이유로 통상 하나의 파운드리 기업만 상대하는 디자인하우스의 특성상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에이직랜드는 법인 설립 3년 만인 2019년 TSMC의 VCA(가치사슬협력자)에 선정됐다. VCA는 디자인하우스들 중 TSMC와 가장 높은 수준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곳들만 얻는 명예다. 현재 전 세계에 8곳 밖에 없고 국내에서는 에이직랜드가 유일하다. 대표적인 TSMC VCA인 대만 GUC나 알칩과 같은 디자인하우스들의 연 매출액은 1조 원 수준에 달한다.

창업 3년 만에 VCA 자격을 따낸 비결이 뭘까. 이 대표는 “설계부터 파운드리 적용까지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서비스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직랜드는 후발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통상적인 디자인하우스와 달리 팹리스 기업의 반도체 칩 설계까지 돕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 반도체의 75% 가량은 공통적인 기능과 구조를 갖고 있다”며 “에이직랜드가 범용 파트를 설계해주고 팹리스 업체는 각자가 경쟁력을 가진 특화 지점 설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본인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수십 년 경력의 반도체 설계 전문가이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2003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 부서에서 근무하다 경영난에 부서가 매각되자 버추얼다임·휴먼칩스·다윈텍 등 벤처기업에 몸 담았다. 마지막을 근무했던 다윈텍마저 반도체 사업을 접자 의기투합한 40명 가량의 직원들과 함께 창업에 뛰어들었다.

TSMC의 마음을 움직인 또 다른 힘은 바로 열정. 에이직랜드는 글로벌 1위 디자인하우스이자 TSMC의 자회사인 GUC로부터 2017년 개발 용역을 따냈다. 이 대표는 “한동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최종 목표인 TSMC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에이직랜드 사명을 계속해서 노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년간 GUC 하청 업체로 일하며 좋은 평판을 쌓아가던 2019년. TSMC가 국내에서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아나섰고, 자회사인 GUC와 성공적인 협업을 해왔던 에이직랜드는 마침내 VCA 파트너 지위를 획득했다.

IPO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추진

에이직랜드 매출액은 2020년 236억 원, 2021년 422억 원, 2022년 656억 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6.6%에 달한다.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는 디자인하우스로서 가장 큰 경쟁력은 설계 능력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려면 최소 30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대부분은 10명 내외”라며 “설계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인하우스의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SK그룹이 출자한 AI반도체 팹리스 기업 사피온의 경우 인력 대부분이 초기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구성돼 반도체 설계까지 맡기는 어려웠다. 2020년 국내 최초로 AI반도체를 개발한 에이직랜드는 사피온의 AI반도체 설계 상당 부분을 맡아 개발에 참여한 뒤 TSMC 공정 적용까지 마쳤다. 이 대표는 “사피온 사례처럼 에이직랜드가 설계 일부를 제공하면 팹리스 기업들은 핵심 기술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직랜드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 60%를 자랑하는 미국이 목표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TSMC VCA가 많지 않다 보니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에이직랜드가 많이 알려져 있다”며 “미국은 아직 디자인하우스가 설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IPO를 계기로 대만 GUC, 알칩과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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