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 "무더운 여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힐링 드릴게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무더운 여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힐링 같은 시간을 드릴 겁니다."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 달 서울 소극장 콘서트 '제주 여름'에 대해 "더운 바람이 불어도 기분은 좋은 제주의 여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주의 여름 하면 내게는 불그스름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며 앉아 차 한잔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장필순이 다음 달 12일 서울 홍대 스페이스 브릭에서 여는 이 공연은 서울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로는 2018년 8집 발매 기념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장필순은 이 자리에서 친한 후배인 기타리스트 배영경·키보디스트 이경과 호흡을 맞춰 '어느새',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제비꽃' 등 대표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평소 잘 부르지 않던 노래도 선곡한다.
그는 "록도 좋아하고 듣는 음악은 다양하지만 이번 공연은 정적인 느낌이 강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장필순은 2005년 7월 제주도로 터를 옮긴 이래 올해로 18년이 됐다. 이번 공연명도 당연히 그의 제주살이에서 따온 것이다.
지금이야 제주에 사는 유명인도 많아졌지만, 제주살이 초반은 낭만과 거리가 멀었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작고한 아주버니(남편의 형)인 뮤지션 조동진의 말을 빌리면 '힘든 날씨에 24시간 제습기를 틀고 살아야 하는' 곳이었다.
"(조)동진 형님은 그래도 제주에서 사는 게 행복했대요. 제주에 있으면 음악을 할 때 그 누구도 옆에서 터치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도 그래요."
장필순은 "매일 '동익 선배'(남편인 작곡가 조동익)와 부지런히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앨범을 언제쯤 내자고 정해 두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습작처럼 만들어보는 것이다. 초라한 집이지만 방 하나를 비워 두고 둘이 앉아서 '콩닥콩닥' 하는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일상을 소개했다.
또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많다"며 "24시간 음악을 듣고 만들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그야말로 음악이 평생 천직"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제주에서 듣는 '음악'은 비단 사람이 만든 소리에 그치지 않는다. 비둘기 우는 소리, 동네 개들이 밤에 짖는 소리마저 귀에 시끄럽지 않고 들으면 행복하다고 했다. 이와 맞물려 나이를 먹다 보니 말 수는 되려 줄어들었단다.
장필순은 "제주에서 유기견 관련 일을 하는 동생들을 만날 때 내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처음에는 어려워한다"면서도 "만나며 커피 한 잔도 하다 보면 점점 그 침묵을 편안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묵의 편한 시간'이 한 번 만들어지면 음악도 정적인 것이 편안하다고 느끼게 된다"며 "록도 해봤고 재즈도 너무 좋지만, 지금은 정적인 음악에 빠져 있다. 이러한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내가 지향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설명을 듣다 보니 그가 콘서트에서 묘사할 '제주의 여름'이 그려진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잔잔한 힐링의 시간인 듯싶었다.
"제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 목소리와 음악의 색깔로 힐링을 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한 시간 반 혹은 두 시간 동안 바깥세상 일은 잊고 잔잔한 평화 속에 잠겼다가는 시간을 드리고 싶어요."
장필순은 1982년 대학연합 음악동아리 '햇빛촌'으로 음악을 시작해 여성듀엣 '소리두울'과 솔로 데뷔 등을 거치며 40년 넘게 음악 활동을 해 왔다. 포크, 모던록, 앰비언트(전자 음악의 한 종류), 재즈 등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만큼이나 음악의 폭도 넓었다.
"40여년이라는 세월이 물론 실감은 안 나요. 음악을 하며 조심조심 내디딘 걸음들이 힘들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는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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