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감독 "아내보다 날 잘아는 하정우·주지훈, 확신의 조합"[인터뷰]
"'HOW'를 전달하는데 집중…피랍 피해 노출 최소화"
"모로코 현지 주민, 정부 협조 커…한류 덕분에 환대"
영화 ‘터널’ 이후 7년 만에 ‘비공식작전’을 통해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나는 김성훈 감독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같이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 ‘비공식작전’의 개봉을 앞두고 19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3일 시사회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은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이야기를 담은 버디 액션 영화다. 1987년 레바논에서 발생한 한국인 외교관 납치 사건 및 구출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각색했다.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 1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무려 7년 만에 내놓은 스크린 신작이다. 1986년 한국인 외교관의 피랍, 21개월 후 송환이란 처음과 끝만 실화를 차용하고, 그 사이 두 남자가 지원 없이 외교관 구출을 위해 동행에 나선 모든 과정은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상상력으로 빚어졌다. 하정우가 연기한 흙수저 외교관 ‘민준’, 레바논 현지의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 그들을 둘러싼 외무부 및 안기부 등 정부 인사 등 모든 캐릭터가 가상의 인물들이다.
다만 ‘비공식작전’의 등장은 업계의 높은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다. 이미 ‘피랍’ 및 ‘구출’ 등 비슷한 소재를 다룬 실화 바탕 영화 ‘모가디슈’와 ‘교섭’이 앞서 개봉했기 때문. 출연하는 배우도, 촬영한 장소도 달랐지만 ‘비공식작전’이 앞서 개봉한 두 작품의 흔적을 떠올릴 기시감있는 작품이 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각각 ‘터널’, ‘킹덤’에서 김성훈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하정우와 주지훈의 출연 배우 조합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하정우와 주지훈은 쌍천만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함께 작업한 바 있다. 그만큼 검증된 케미를 보장하고는 있지만 ‘신과함께’ 때와 차이없는 ‘아는 맛’을 재차 구현하는데 그칠까 걱정하는 시선을 극복하는 게 숙제였다.
이어 “제가 트리플 A형에 MBTI는 INFJ라 좀 섬세한 편이다. 소심하기도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을 겉으로 티내는 편이 아닌데도 그걸 알아챈다. 말투의 뉘앙스 만으로 내가 방금 장면을 만족했는지, 만족하지 않았는지를 눈치채더라. 정말 귀신 같다. 어떻게 보면 오랜 기간을 같이 산 내 아내보다 나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것 같기도 하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독의 결과물이 90점에서 100점이 될 수 있게 시너지를 주는 배우들이라고도 표현했다. 김 감독은 “제가 하고 싶은게 이만큼이 있고, 이만큼을 만들려면 이만큼의 노력과 재료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나보다도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의 호흡은 내가 예상한 ‘이만큼’의 결과 그 이상의 큰 결실을 가져다준다”며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은 나의 결과물을 더 나은 결과로 확장시켜줄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처음 ‘비공식작전’의 초안 시나리오를 접하고 연출을 결심하기까지, 실화 속 인물을 만나 설득을 거친 과정도 털어놨다. 김성훈 감독은 “2018년 체코행 비행기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극 중 한국인 외교관이 레바논에서 밑도 끝도 없이 납치되고 1년 8개월 후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는 초반부 이야기까지만 읽었음에도 이 작품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며 “어떻게 이 사람이 살아돌아왔나, ‘How’(어떻게)의 과정에 궁금증이 생겼다. 그 어떻게의 과정을 이끈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지도 호기심이 생기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누군가는 왜 이 사람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결심을 했을까, 어떤 마음으로 구하러 레바논으로 떠났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고, 그 여러 생각의 결과들을 ‘민준’이란 인물에 투영했다”고 떠올렸다.
피랍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실화 속 주인공을 위해 피랍자가 겪은 구체적인 납치 및 고난의 과정은 최대한 생략했다고도 강조했다. 김성훈 감독은 “본인이 이야기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촬영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 역시 납치된 사람이 겪은 괴로움보단 구하러 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연대, 희망의 이야기에 방점을 두고 싶었다. 당시 납치된 실화 속 서기관님도 그런 우리의 이야기에 찬성하셨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명에 대한 명제를 지닌 다소 진지한 이야기이더라도 이 영화를 볼 관객들만큼은 이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버디 액션’ 장르로 표방해 액션과 유머 요소를 넣는데 집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특히 18분에 걸친 대낮의 카체이싱 장면들은 우리 및 현지 스태프들이 합쳐 거의 300명이 동원돼 완성됐다”며 “한국에서 소스 촬영한 분량까지 합치면 거의 25회차 분량의 촬영이었다. 정말 여러 번에 걸친 촬영이었는데 현지 주민들의 도움 덕분이 컸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촬영 전 사전에 현지 주민들의 전원 동의를 받았다. 촬영 대가로 소정의 합의금을 드려서 나흘 정도 촬영했는데 그 기간 단 한 명도 컴플레인을 해주시지 않았다”며 “저희 역시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출근 및 통학 시간 이후에 촬영했다. 그러니 주민 분들이 오히려 저희들에게 직접 먹을 것도 갖다주시기도 하더라. 총을 쏘는 장면에서 소음 공해를 우려해 모든 주민들께 귀마개를 드렸다. 그렇게 촬영이 끝난 뒤엔 주민들이 자신들의 일처럼 박수를 쳐주셨다. 너무 감사한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팬데믹으로 영화가 엎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겪었다고. 김성훈 감독은 “내가 모로코로 떠나기 6일 전에 세계가 셧다운이 됐다. 당시 가 있던 선발대가 그 여파로 널고 있던 빨래까지 버리고 급히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다. 이후 1년쯤 지나 다시 모로코로 들어가려 하니 오미크론으로 모로코가 국경을 폐쇄했다. 몇 년을 준비했는데, 내가 한 영화 중 가장 재미있고 제일 많이 준비한 영화가 세상에 못 나올 수 있다 생각하니 억울해 눈물이 나더라”고 회고했다.
다행히 K콘텐츠 등 한류의 인기 덕에 모로코 정부의 도움으로 무사히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김 감독은 “일주일 만에 모로코 정부 및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다. 파리에서 모로코로 가는 전세기를 빌려 입국에 성공했다”며 “넷플릭스 ‘킹덤’을 모로코에서도 알더라. ‘킹덤’의 유명세 덕분에 촬영 협조를 받기 수월했다. 모로코도 영상 산업을 키우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더라. BTS의 인기도 엄청나서 현지 주민 및 정부의 큰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비공식작전’을 포함해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 영화만 6작품. 어느 때보다도 쉽지 않은 파이 경쟁이 되겠지만, 걱정보단 모든 작품이 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김 감독은 “한동안 위축된 한국 영화가 올 여름 개봉 열기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포털 사이트로 영화 소식을 접하는 사람으로서, 포털 사이트에 영화 관련 뉴스가 한동안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요즘은 다시 영화 뉴스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긴장은 되지만 나에겐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편 ‘비공식작전’은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료가 쓰러져도 추모식은 계속…폭발서 살아나온 히틀러[그해 오늘]
- 인하대 여대생 성폭행·추락사 가해 남학생, 오늘 2심 선고
- 실종 해병대원, 태극기 덮여 이송...14시간 만에 발견
- 물에 잠기고 담장 무너지고…물폭탄에 문화유산도 '수난'
- "금리 5% 준다더니…낚시였네"
- `전세사기 온상`된 부동산중개플랫폼, 운영자 등 141명 무더기 송치
- ETF 순자산 100조 홍보했지만…10조 '뻥튀기' 논란
- 개미들 대이동…10배 오른 에코프로 팔아 엘앤에프 산다
- '대상' 송혜교 "이런 자리 또 없을 것 같아…수고했다 혜교야" [청룡시리즈어워즈]
- '카지노', 최우수작품상…최민식 "경사 났다" [청룡시리즈어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