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연금에도 '넛지'가 필요하다

여론독자부 2023. 7. 20. 06: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이며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국내에 거주하는 소득 하위 70% 이하면 수급할 수 있는 공짜 연금이다.

고령화 패널을 활용한 통계분석에 따르면 개인의 인지능력, 성별, 부부 수급 여부 등이 기초연금 지각 신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서울경제]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이며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국내에 거주하는 소득 하위 70% 이하면 수급할 수 있는 공짜 연금이다. 늦게 신청하면 그 기간 동안은 연금이 소멸되기 때문에 늦게 신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서울대 경제학부 오종석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신청하지 않아서 그 기간 동안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 노인 중 3~5% 정도 된다.

고령화 패널을 활용한 통계분석에 따르면 개인의 인지능력, 성별, 부부 수급 여부 등이 기초연금 지각 신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초연금이 절실히 필요한 분들이 정작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어 단어 넛지는 2008년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후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의 행동경제학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책에서 기본 설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흥미로운 통계 자료가 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장기 기증률 차이다. 사회·문화적으로 비슷한 두 나라지만 국민들의 장기 기증률은 오스트리아가 99%, 독일은 12%로 큰 차이가 있다. 오스트리아는 ‘장기 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면 모두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opt out)’ 시스템을 갖췄다. 반면에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증을 원하는 사람에 한해 신청을 받는 ‘옵트인(opt in)’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을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옵트인’ 형태에서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모두 받는 ‘옵트아웃’의 형태로 바꾼다면 지각 신청으로 인해 정작 필요한 분들이 기초연금에서 소외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국민연금이 시작된 것은 1889년 세계 최초로 연금제도를 도입한 독일보다 100년이 느린 1988년이다. 짧은 역사를 가진 연금제도이고 많은 발전과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에는 최소 가입 기준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생 동안 120개월 이상 납부해야만 연금 수령 나이부터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최소 가입 기준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는 모자란 기간만큼 국민연금을 더 납부해서 자격을 완성시키거나 국민연금을 해약하고 기존에 납부했던 돈을 일시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가급적 해약하지 말고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한다. 본인이 낸 돈은 연금을 받기 시작한 지 4.5년이면 모두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도 2021년 기준 신규 노령연금 수급자 40만 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4만 명이 최소 가입 기준 12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국민연금을 해약했다. 결과적으로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정작 도움이 가장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국민연금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 연금 수령 사각지대,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제도의 개혁이 시급하고 국민의 공동체 의식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인의 물리적·심리적 비용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연금에도 넛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