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테슬라마저 호실적…8거래일째 하락 잊은 시장

김정남 2023. 7. 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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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 이어 테슬라도 호실적
골디락스 기대에 지수 고공행진
유럽도 디스인플레 징후 '뚜렷'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상승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공개했지만, 추후 수익성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펴면서 투자 심리가 반등했다. 유럽 주요국들의 디스인플레이션 징후도 상승장에 일조했다. 이른바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 기대감을 더 높인 것이다. 게다가 테슬라마저 장 마감 이후 호실적을 공개했다. 최근 증시는 하락을 잊은 분위기다.

(사진=AFP 제공)

대형은행 이어 테슬라도 호실적

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1% 상승한 3만5061.21에 마감했다.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는 지난 2019년 9월 이후 최장 기간 오름세를 유지한 것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4% 오른 4565.72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03% 뛴 1만4358.02에 거래를 마쳤다. 3대 지수 모두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외에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0.45% 상승한 1984.89에 마감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또 상승세를 탔다. 골드만삭스의 실적 부진에 다소 흔들렸지만,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가 자본시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자 투심은 살아났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12억2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58% 급감한 수치다. 주당순이익은 3.08달러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6달러)를 하회했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월가 대형은행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는 와중에 골드만삭스만 사실상 유일하게 어닝 미스를 보인 것이다.

특히 골드만삭스가 2년 전 인수한 핀테크업체 그린스카이와 관련한 손실이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매각을 추진 중인 그린스카이를 포함해 소비자 대출 플랫폼 관련 자산 평가손실이 5억4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과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 솔로몬 CEO의 목소리를 밝았다. 그는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 분위기를 두고 “최근 6~8주 동안에는 올해 초보다 확실히 더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며 “수익성 목표를 달성하고 주주들에게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기존 25%에서 20%로 하향 조정해 주목 받았던 곳이다. 이에 장 초반 급락했던 골드만삭스 주가는 이날 0.97% 반등한 채 마감했다.

또 지역은행인 씨티즌스 파이낸셜과 M&T 뱅크가 예상을 넘는 호실적을 올렸다는 점이 주목 받았다. 대형은행 외에 지역은행까지 실적 장세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덕이다. 이에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6.39%, 2.48% 뛰었다.

아울러 부채에 시달리던 중고차업체 카바나는 예상 밖 호실적 덕에 40.18% 폭등했다. 카바나가 채권단과 채무조정에 합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더 나아가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이 테슬라마저 실적 고공행진을 했다. CNBC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2분기 249억30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44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어난 수준이다. 주당순이익 역시 91센트로 월가 예상치(82센트)를 상회했다. 테슬라 주가는 정규장에서 0.71% 하락했으나, 시간외거래에서는 반등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78%는 예상치를 상회하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이는 월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골디락스 기대감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우리는 탄탄한 수익, 인플레이션 둔화, 긴축 종료, 강력한 성장 등 좋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도 디스인플레 징후 ‘뚜렷’

인플레이션 둔화 지표들은 또 쏟아졌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9%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해 3월(7.0%)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영란은행(BOE 목표치(2.0%)보다 한참 높지만,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견해에는 힘이 실리는 기류다.

유로존의 지난달 CPI 역시 1년 전보다 5.5% 오르면서, 전월(6.1%) 대비 완화했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헤드라인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올해 남은 기간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이번달은 4%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내년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완화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라고 했다. 전날 캐나다의 CPI가 2년여 만에 처음 2%대(2.8%)도 진입하면서 골디락스 기대를 키웠는데, 유럽 주요국들도 이에 발을 맞춘 셈이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이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694%까지 내렸다. 전날보다 7bp(1bp=0.01%포인트) 안팎 하락한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727%까지 떨어졌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냉각될 것이라는 희망에 따라 경기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가 조만간 신용경색을 겪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10%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11% 뛰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1.80%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53% 내린 배럴당 75.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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