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ETF 질주… 2년반만에 삼성운용 독주 무너뜨린 비결은

이지운 기자 2023. 7. 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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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100조 국민 재테크의 귀환①] 미래에셋·삼성 양강구도 속 한투·KB·한화 등 후발주자 약진도 눈길

[편집자주]지난달 국민 재테크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순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2002년 10월 첫 상장 이후 20여 년만이다. ETF는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하면서 기존 공모 펀드에 비해 매매가 쉽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특성이 부각되며 급성장했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성장의 요인이다. 한국거래소가 계좌 수로 측정한 결과 국민 17명 중 1명은 ETF에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학개미의 필수 재테크 상품이 된 ETF 시장 성장을 살펴보고 활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기사 게재 순서
①미래에셋 ETF 질주… 2년 반 만에 삼성운용 독주체제 무너뜨린 비결은
②"원하는 테마 고르세요" 이색 ETF 수익률은 천차만별
③"주린이들 주목하라" ETF 전성시대, 대세는 펀린이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100조원대 규모로 급성장한 가운데 자산운용사 간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고객 유치를 위한 운용사들의 뜨거운 경쟁으로 ETF 시장은 성장을 지속하며 액티브·테마형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 출시와 함께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ETF 순자산 총액은 6월29일 100조311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100조원 벽을 넘었다. 이달 6일 기준으로는 100조7080억원을 기록 중이며 국내 상장 ETF는 733개로 10년 전인 2013년 말(146개)보다 402%(587개) 급증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 수(834개)를 추월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 ETF 점유율, 미래에셋 48.2%, 삼성 39% 쏠림 '뚜렷'



현재 국내 ETF 시장은 미래에셋, 삼성 두 운용사의 양강 체제가 공고하다. 이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테마형 ETF를 무기로 전통 강호 삼성자산운용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1일 기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두 운용사의 점유율은 각각 40.61%, 36.70%로 격차가 약 4%포인트에 불과하다.

삼성운용은 2002년 10월 'KODEX(코덱스) 200' 상장으로 한국 ETF 시장 신호탄을 쏜 운용사다. 오랜 기간 ETF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유지했다. 2020년 말 당시만 해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각각 52.0%, 25.3%로 두배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미래에셋운용의 맹추격으로 2021년 점유율 기준점인 50%가 무너지면서 현재 후발주자 미래에셋운용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TIGER(타이거) ETF' 브랜드뿐 아니라 미국 Global X(글로벌 엑스), 호주 ETF Securities(현 Global X Australia) 등 해외 운용사 인수를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왔다.

미래에셋이 미국, 호주, 홍콩,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운용하고 있는 ETF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이미 10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국내 ETF 시장 규모를 웃도는 수치다. 전체 ETF에서 해외 영토를 넓혀온 미래에셋이 삼성보다 오히려 다소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선호도 면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을 소폭 앞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ETF개인 투자자 비중의 운용사 선호도를 살펴본 결과 미래에셋의 TIGER(48.2%)가 1위, 삼성운용의 KODEX(39.0%)가 2위를 기록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거 유입된 2030세대의 젊은 투자자층은 위험을 적극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이는 기존 자본 시장의 주된 고객이었던 50대의 투자 방향성과 정반대다. 이에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 아래 놓인 삼성운용의 상품 구색이 젊은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장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을 기록한 미래에셋운용은 ETF 상품 전략에서 차별성을 내세우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유입된 2030 투자자를 확보, 부동의 1위 삼성운용을 맹추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 상반기 미래에셋운용은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 ETF(합성)' 등 '챗 GPT' 등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혁신테마 ETF가 주목받았다. 'TIGER 미국배당 시리즈' 3종을 새롭게 선보이며 월배당 ETF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또 올해 상반기 시장을 주도한 2차전지의 경우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 ETF'가 최근 1년간(2022년 7월3일~ 2023년7월3일) 국내 상장 ETF 수익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우수한 수익률로 호평을 받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운용에서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대표 상품군은 주로 채권형 ETF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운용은 상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짜는데 탁월하다"며 "대표 지수를 좇는 ETF뿐 아니라 기술 기반 해외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형 ETF를 대거 늘려온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투운용·KB운용 등 후발주자 약진 '주목'



양강구도를 깨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순위 다툼도 치열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도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한투운용은 ACE(에이스)로 ETF 브랜드를 교체하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한투운용의 ACE ETF 순자산총액은 5조395억원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ACE ETF 순자산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초 2조9033억원에서 같은 달 3조원을 넘었고, 지난 4월 말에는 4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 17일에는 5조823억원까지 불어났다. 순자산 증가와 더불어 ETF 시장 점유율도 확대됐다. 한투운용의 국내 ETF 시장 내 점유율은 연초 3.68%에서 현재 4.98%까지 상승했다. 올해 초 3.68%였던 점을 비춰보면 1%p(포인트) 이상 비중을 끌어올린 것이다. 'ACE 종합채권(AA-이상)KIS액티브' 등 채권 상품과 'ACE 미국나스닥100' 등 미국 인덱스 상품에 자금 유입이 활발했다.

KB운용도 채권 ETF를 등에 업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연초 6조9845억원에서 8조4343억원으로 1조4498억원(20.75%)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를 ETF 형식으로 내놓은 'KBSTAR 머니마켓액티브'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달여 만에 순자산이 6885억원 증가했다.

ETF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운용사 성장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100조원을 돌파한 ETF 시장이 2030년까지 2~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며 "기존 판도를 흔들기 위한 운용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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