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막는 무역장벽 RE100…미적대는 정부, 기업들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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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르이100'(RE100)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각자도생이 진행중이다.
아르이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8∼9%에 불과한 국내에선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들 기업이 앞으로 아르이100을 지키기 위해선 막대한 재생에너지 추가 공급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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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 숫자 너머의 진실]
미래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르이100’(RE100)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각자도생이 진행중이다. 아르이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8∼9%에 불과한 국내에선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아르이100을 맞추지 못해 수출 길이 막히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국외로 공장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아르이100에 가입한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스는 최근 스페인 카탈루냐주에 동박 공장을 2024년까지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박은 이차전지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스는 사업 확장을 위해 세계 전역으로 이를 수출해야 한다. 스페인 공장에만 5000억원을 투자해 연 2만5천톤(t)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스 대표는 “스페인은 태양광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전기료가 유럽 내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와 스페인 공장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아르이100을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볼보그룹코리아는 국내에서 방법을 찾았다. 볼보는 경남 창원에 있는 공장의 아르이100 달성을 위해 엘에스(LS)일렉트릭과 구매협약을 맺어 태양광 에너지를 20년 동안 연 평균 55GWh 들여오기로 했다. 창원공장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연간 약 7.6GWh(14%)의 전력을 공급하고, 나머지는 엘에스일렉트릭과 전력구매계약(PPA)를 통해 공급받기로 했다.
산업단지가 몰려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직접 나섰다. 경기도에는 아르이100에 가입한 대기업만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에스디아이(SDI), 네이버, 케이티(KT) 등 7곳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한해 26TWh(2021년 기준) 전력을 쓰는데 300조원을 들여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해 23.4TWh를 쓰는 에스케이하이닉스도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들 기업이 앞으로 아르이100을 지키기 위해선 막대한 재생에너지 추가 공급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아르이100에 가입한 애플, 쓰리엠(3M) 등 외국 기업들의 공급망에 관련된 사업장 57곳도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는 지난 17일 기업의 아르이100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단지 RE100’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에스케이이엔에스·엘에스일렉트릭·삼천리자산운용·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11개 기업이 4조원을 투자한다. 2026년까지 경기도 내 산업단지 50곳에서 공장 옥상 등에 2.8G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광 에너지를 연간 약 3.6TWh를 생산할 계획이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재생에너지 비중은 국가 평균보다 낮아 향후 기업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경기도는 산업단지 지붕 외에도 태양광 발전 부지를 더 마련해 연간 11.8TWh를 추가 생산할 계획도 세웠다.
컨설팅업체 ‘커니코리아’의 원성호 파트너는 “일부 기업들은 위기감을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역 장벽인 아르이100 규제의 의미를 잘 모르는 눈치”라고 짚으면서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 가면 힘들다. 정부는 수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도 재생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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