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345조 넘었다…6개월 새 14조원↑
보험은 부진…생보 4천900억원 늘고 손보 2천694억원 줄어
PB들 "은퇴 10년 이상 남았다면, 투자상품 비중 확대"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민선희 기자 = 은행, 보험, 증권을 포함한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이 6개월 만에 14조원 넘게 늘어 345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가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금융권의 퇴직연금 시장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권 프라이빗 뱅커(PB)들은 연령과 투자성향에 따라 퇴직연금을 다르게 운용해야 한다며 은퇴까지 10년 이상 남았다면, 투자상품을 50% 이상으로 늘려도 좋다고 조언했다.
은행 8.5조원↑ 증권 5.3조원↑…보험은 2천200억원 증가 그쳐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퇴직연금(DB·DC·개인형IRP) 적립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345조8천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31조7천240억원)보다 14조900억원(4.25%) 증가했다.
업권별로 성적표는 엇갈렸다.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이 51.9%로 가장 큰 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적립금이 179조3천882억원으로, 6개월 새 8조5천627억원(5.01%) 늘었다.
은행 퇴직연금사업자 12곳 중 적립금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36조7천475억원)이다.
이어 KB국민은행(33조6천491억원), 하나은행(29조4천897억원), IBK기업은행(22조9천590억원), 우리은행(21조3천34억원) 순으로 적립금이 많았다.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곳은 증권이다. 증권 퇴직연금사업자 14곳의 6월 말 기준 적립금은 79조1천534억원으로, 지난해 말(73조8천467억원)보다 5조3천67억원(7.19%) 증가했다.
증권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는 미래에셋증권(21조7천560억원)의 적립금이 가장 많았고, 현대차증권(15조9천210억원), 한국투자증권(11조5천602억원), 삼성증권(10조6천313억원)이 뒤를 이었다.
보험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생명보험사 11곳의 6월 말 기준 적립금은 73조1천186억원으로 지난해 말(72조6천286억원)보다 4천900억원(0.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손해보험사 6곳의 경우 적립금이 지난해 말 14조4천232억원에서 6월 말 14조1천538억원으로 6개월 새 2천694억원(1.87%) 줄었다.
생보사 중에는 삼성생명(44조9천812억원), 교보생명(10조9천847억원)의 적립금이 많았고 손보사 중에는 삼성화재(5조8천29억원)의 적립금이 많았다.
수익률은 전 업권에서 원리금 보장형은 대체로 평균 2∼3%대, 원리금 비보장형은 5∼6%대를 나타냈다.
업권별로 수익률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보험업권 적립금 증가율이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유동성 확보 경쟁에서 비사업자들이 높은 금리를 써내는 탓에 적립금을 많이 뺏겼고, K-ICS 도입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K-ICS가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계약을 맺는 순간 보험계약마진이 아닌 투자계약 부채가 늘어나게 됐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을 늘릴 유인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표]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
(단위 : 억원)
※ 자료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
"20·30은 투자상품 비중 확대 추천…40·50은 TDF와 예금 병행"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다면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정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담 조직을 만드는 한편, 대고객 안내·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마케팅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 PB들은 고객 연령, 투자성향에 따라 퇴직연금 운용 전략을 다르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리 NH농협은행 퇴직연금수익률관리센터장은 '100-나이 법칙'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20·30대의 경우 20∼30년 이상의 긴 기간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상품의 비중을 '100-나이 법칙'을 활용해 70∼80% 이상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퇴직연금 내에서 자유롭게 펀드나 ETF를 매매하면 되고, 미국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된다면 기준금리가 내려갈 확률이 높으므로 채권형 상품을 매입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40·50대는 10년 이내 투자 기간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정기예금 비율을 6 대 4, 혹은 5 대 5로 추천한다"며 "TDF는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연금 수령 시기에 따라 조정하는 상품인데, 고객 연금 수령 니즈에 따라 TDF 종류를 선택하라"고 권했다.
이어 60대 연금 수급자에 대해서는 타깃인컴펀드(TIF)와 정기예금을 4대6으로 가입해 지속적인 노후 자금 인출이 가능하게 하라고 추천했다.
김대수 신한PWM여의도센터 PB팀장도 "은퇴까지 10년 이상 남은 가입자는 투자상품 비중을 50% 이상 가져가도 큰 부담이 없다"며 "50%는 안정형 상품, 50%는 투자형 상품으로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은퇴를 앞두거나 연금 개시를 고려하는 가입자는 예금 등 안정형 상품으로 운용할 것을 권한다"며 "정기예금의 경우 향후 금리 인하를 고려한다면 2∼3년 장기 예금으로 묶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이 손실이라 연금 개시를 망설이고 있는 가입자라면 연금 개시를 실시해도 된다"고 말했다.
연금 개시가 되면 10년 이상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퇴직금, 본인이 납입한 자기부담금부터 먼저 지급되고 운용수익분은 해당 재원이 떨어진 다음, 통상 7∼8년 이후부터 지급되기 시작하므로 그사이 주식 시황이 회복되는 경우 상품 변경을 통해 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라는 조언이다.
김 팀장은 디폴트옵션의 경우 "7월 말까지 서둘러 등록하되, 투자성향보다 조금은 보수적으로 등록하고 적극적인 운용은 상품 운용 지시를 통해 실행하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상담하다 보면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계좌에 관심 없는 고객 비중이 크다"며 "1년에 적어도 2번, 6개월마다 한 번씩은 꼭 수익률과 상품들을 확인해보고 운용이 미진한 상품은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시기에 맞는 적정 상품으로 교체하라"고 권했다.
srchae@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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