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240원 ‘찔끔 인상’…“물가 감안하면 마이너스 인생”

한숨 쉬는 노동자들

식비·공공요금 오르는데
실질임금은 더 줄어든 셈

“최저임금으로 생계 막막
노동의 가치 너무 야박”

올해도 결국 표결 최저임금위원회가 19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노사가 각각 제시한 최종안을 놓고 투표한 결과가 모니터에 표시돼 있다. 오른쪽은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 연합뉴스

“마이너스 인생은 살지 않게 했으면 합니다.”

중학교 청소노동자 이모씨(58)는 19일 기자와 통화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저임금을 받는 이씨는 ‘134만원’ 월급으로 고등학교 1학년인 쌍둥이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교육청이 청소노동자의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정한 탓이다. 이씨는 최근 물가가 급격히 올라 한 끼에 4950원인 점심 급식도 취소하고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매월 65만원씩 드는 학원비를 줄이려 고민하자 쌍둥이 중 한 아이가 ‘공부 잘하는 얘(형제)만이라도 밀어달라’고 말해 가슴이 아팠다”며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7%인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그에 못 미친다. 이 정도론 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2024년 최저임금이 2.5% 오른 9860원으로 이날 결정되자 최저기준에 준하는 임금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식비에 이어 공공요금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아 “실질임금이 줄어든 셈”이라는 것이다. 이씨처럼 부양가족이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생계가 막막하다”고 했다. 50대 중반 이선희씨는 남편과 함께 삼남매를 키우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학교 스쿨버스 도우미, 농사 등 ‘스리잡’을 뛰고 있지만 “나를 위해 쓸 돈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최저시급에 비례해 임금이 책정되고 있으며, 소개 기관에서 기본수당의 25%를 떼 간다”면서 “커피 한 잔 마셔도 1만원 가까이 드는데, 우리 노동의 가치가 이렇게 야박해도 되나 싶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비를 버는 청년 세대도 막막함을 토로했다. 대학생 이경희씨(22)의 휴대전화는 이날 오전부터 계속 울려댔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메신저 단체대화방에 최저임금이 240원 오른다는 기사가 공유되자 이에 분노하는 반응이 빗발친 것이다. 이씨는 지난 5년간 6~7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취방 월세를 벌어왔다. 이씨는 “최저임금이 너무 조금 올랐다”며 “요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이 기본 방값인데, 아르바이트만으로는 턱도 없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들도 생활비를 걱정했다. 5년 전 네팔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아난드 마드르 샹탄(43)은 “200만원 월급 받으면 100만원은 고향에 보낸다. 월세 40만원 내고 세금도 내면 (생활이) 힘들다”며 “에어컨과 전기요금이 비싸 선풍기 바람만 쐬고 살고 있다”고 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상당히 높은 지점까지 와 있다. 이 정도까지 올랐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A씨(31)는 “최저임금을 받고 산다면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윤기은·전지현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