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곡물협정 왜곡한 건 서방…조건 이행하면 복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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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곡물협정을 정치적으로 왜곡한 건 서방이라고 주장하며 협정 만료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협정 탈퇴는 우크라이나와 무관하기에 흑해 항로를 이용한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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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FT 재가입 등 5가지 조건 제시…국방부 "흑해 항로 안전보장 못해"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곡물협정을 정치적으로 왜곡한 건 서방이라고 주장하며 협정 만료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 동시에 러시아가 요구한 조건을 서방이 이행할 경우 협정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로이터·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주재한 화상 국무회의에서 흑해 곡물협정을 연장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 뒤 자국 은행의 국제 결제망 재가입 등 협정 복귀에 필요한 선결조건을 재차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애초에 협정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채결됐다"며 "서방은 협정의 본질을 왜곡했으며 실제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을 돕는 대신 정치적 협박에 사용하고 세계 곡물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투기꾼들의 배를 불리는 데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협정이 발효된 지난 1년간 3280만톤(t)의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흑해 항로를 통해 수출됐지만 이중 최빈국에 지원된 물량은 3%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는 최빈국 비료 지원을 위해 26만2000톤을 수출했지만 대러 제재로 대부분이 유럽 항구에 발이 묶였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5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서방이 이행한다면 즉시 거래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재가입 △농기계 및 예비부품의 대러 수출 재개 △러시아 선박·화물의 보험 가입 및 항만 접안 제한 조치 해제 △비료 수출용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복원 △러시아 비료회사의 계좌 동결 철회 등을 요구했다.
흑해 곡물협정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용하고 러시아산 식량 및 비료 수출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주요 항구들을 봉쇄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됐다.
체결 당시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 120일, 올해 3월과 5월 각각 60일씩 연장됐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온 러시아가 추가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정은 지난 17일 만료됐다. 이로써 흑해 항로를 이용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은 잠정 보류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 서한을 보내고 자국 곡물 수출을 이어가기 위해 임시 운송 경로를 설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시 경로로는 흑해 인접국인 루마니아의 영해 및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검토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협정 탈퇴는 우크라이나와 무관하기에 흑해 항로를 이용한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협정 만료를 근거로 흑해상의 우크라이나행 선박을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고 선박 국적국은 우크라이나 측 분쟁 당사국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당분간 흑해 국제수역의 남동부와 북서부는 항행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흑해와 맞닿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 오데사에는 이날 이틀 연속으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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