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해외 성장전략 通했다… “가격 경쟁력 한계, ‘전공’ 개발 필요”
정원주 회장, 취임 후 해외영업 발로 뛰어
“앞으로는 ‘전공’ 개발해 발전해나가야”
주택 시장 위축과 최근 안전사고 이슈 등으로 건설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와중, 대우건설은 해외 위주 성장전략이 주효하면서 지난 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호실적이 전망된다. 정원주 회장이 직접 해외 현장을 챙기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앞으로는 시장 개척을 넘어 ‘전공’ 기술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반기에 연간 목표 초과… 2분기 실적 예상 상회 전망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2분기 매출액은 약 2조7800억~2조92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약 1800억~2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대우건설의 2분기 호실적을 이끌 요인으로 꼽히는 사업은 나이지리아, 베트남, 이라크 등 대우건설이 거점 국가로 삼고 있는 해외사업이다. 대우건설은 2분기 나이지리아에서 3400억원 규모의 암모니아·요소 비료공장 3호기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베트남에서도 신도시 ‘스타레이크시티’ 복합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 베트남법인 THT디벨롭먼트는 이 부지 오피스 개발권을 현지 IT 기업에 양도했다. 이번 부지 매각으로 신도시 내 정부청사 이전 예정지와 직접 투자한 자체 사업 부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블록에 대한 매각이 완료됐다. 이 같은 매각분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 외에 대우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토목 공사 1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플랜트 1건을 입찰 완료 또는 입찰 준비 중이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면서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 1조8000억원의 해외 수주를 기록했고, 상반기 동안 연간 해외 수주 목표액(1조8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택 사업 관련 우려가 재차 건설업 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이 가운데 해외 나이지리아·이라크 등 거점 국가 위주의 해외 수주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익성은 수주 실적 확대와 실적 안정성의 긍정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대우건설은 해외 수주 전략이 유효함을 시장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원주 회장, 취임 후 해외영업에 ‘동분서주’
대우건설은 정원주 회장 취임 이후 해외 건설 비중을 늘리려 노력해 왔다. 현재 60~70%인 주택 사업 비중을 해외 사업 늘리면서 점점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정 회장은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발로 뛰며 직접 영업 활동을 해 왔다. 지난해부터 나이지리아,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을 방문해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정 회장은 지난달 오만 두쿰 정유시설 건설 현장을 방문해 중동시장 수주 전략을 직접 점검했다. 지난 5월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의사회의장과 대통령을 예방했다. 또 업무협약(MOU) 체결한 비료공장 건설사업에 대한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현지에서 추진 중인 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해외 드라이브를 활발하게 걸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있다”면서 “오너십이 있는 정 회장이 영업을 하면서 의사 결정이 빨라지는 등 해외 파트너와도 신뢰가 단기간에 쌓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회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회장 직책이 필요했던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해외 시장 개척 이후 과제도… “‘전공’ 발굴해야”
건설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직접 나서 해외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는 아주 좋은 전략”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 회장이 중흥그룹 시절부터 국내 사업을 주로 진두지휘해왔던 만큼 경쟁 건설사의 CEO보다는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몇 가지 발전시켜야 할 과제도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넘어 대우건설만의 ‘전공’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주로 가격경쟁 전략을 써 왔는데, 대형건설사 규모에 맞는 기술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과거 대우그룹 시절에는 기술연구소 등 막강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지만 ‘주인 없는 20년’을 겪으면서 이 같은 전문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시장은 넓혔지만, 랜드마크 건설이나 특정 기술 등 내세울만한 요소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술의 대우’로 불렸던 대우건설은 주인 없이 2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면서 실적 위주의 무리한 수주를 하다가 색깔이 애매해 졌다”면서 “특히 해외 시장에서 대우건설이 어느 분야가 강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분야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 나가면 선진국 업체나 저가 공세를 하는 중국 업체 등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제 가격 경쟁만으론 안 된다”면서 “그러려면 결국은 종합건설사의 규모에 걸맞은 기술로써 ‘전공’을 개발해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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