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광고마다 이용자 동의 받으라는 정부… 인터넷·게임업계,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에 강력 반발
“이용자 특정 안된 행태정보도 누적되면 사생활 침해 위험”
업계 “개인정보 범위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다”
”영세 업체일수록 홍보 수단 줄어 힘들어질 것”
정부의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웹사이트 내 띄워진 광고마다 로그인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용자로부터 ‘행태 수집’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행태정보란 웹 사이트 방문 이력, 앱 사용 이력, 구매 및 검색 이력 등 개인의 관심, 흥미, 기호, 성향을 파악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활동 정보로, 개인정보와는 구분된다. 개인정보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처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는 온라인 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이용자 정보를 수집해왔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이지만,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광고를 수익원으로 하는 플랫폼 업체와 광고주가 타격을 받고, 소비자들까지 불편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세한 국내 업체일수록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타격이 큰 반면,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는 무용지물한 규제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개인정보’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산업계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업계 “개인정보위가 개인정보 범위 지나치게 확대”
2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안에 맞춤형 광고 관련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분쟁시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규제와 마찬가지다. 개인정보위는 작년 9월 맞춤형 광고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구글·메타에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여했는데, 이후 제도개선 공동작업반(연구반)을 운영하며 올해 2월까지 18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작업반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와 산업계, 학계, 법조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회의를 토대로 마련한 제도개선 초안에 대해 사업자들과 시민사회, 학계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4~6월 10차례에 걸쳐 의견 수렴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 초안이 관련 업계에 알려졌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쿠키나 광고식별ID(ADID) 등을 통해 행태정보를 수집한 뒤 실시간 광고 경매 시스템(RTB)을 통해 맞춤형 광고를 띄웠다. 수집된 행태정보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제안된 여러 광고주의 입찰 중 특정 광고주 것을 낙찰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행태정보와 개인정보를 구분하고, 행태정보만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띄우고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그런데 개인정보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RTB를 이용하면 이를 개인정보로 보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태정보가 오랫동안 누적되면 이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이용자는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정보 수집 동의 여부에 일일히 동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위가 마치 행태정보를 개인정보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은 중소업체들의 광고일수록 정보수집 동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소업체일수록 홍보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에 맞추려면 비용도 더 든다”고 말했다. 또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공간에 광고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광고 단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개인정보위 “이용자 불편, 사업자 부담 최소화 하겠다”
작업반에 포함됐던 3개 협회 이외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5개 협회는 지난 5일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이용자는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갈 때마다 로그인 여부와 관계없이 반복해서 동의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라며 “중소 광고사업자들은 각기 다른 크기와 종류, 운영체제를 가진 휴대폰, PC, 태블릿 등 모든 매체에 적합한 동의 팝업창을 띄워야 하는 기술 구현에 대한 큰 부담이 있다.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경우 온라인 맞춤형 광고 관련 수많은 당사자들이 큰 어려움과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입장 자료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불필요한 이용자 불편과 사업자 부담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웹사이트 이용자가 정보 수집 동의 여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광고 자체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고 맞춤형 광고 대신 일반 광고가 표시되는 것”이라며 “이미 행태정보와 개인정보를 잘 분리해서 관리하고 있다면 가이드라인이 도입된다고 해서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PC 쿠키 정보나 스마트폰의 ADID는 사용자가 간단하게 리셋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업계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국내 기업들만 지키고 해외 사업자들은 안 지킬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업들만 옥죄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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