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필에너지 될까”... 에이엘티, 상장 직후 물량쏟아진다
FI는 투자금 회수 준비, 산은 보유 전환사채도 변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 에이엘티(ALT)가 ‘제2의 필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장 직후 상당한 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큰 데다, 상장 한 달 뒤부터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줄줄이 자금 회수를 기다리고 있어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위험이 제기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에이엘티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상장 직후 물량 폭탄이 나오며 주가가 급락한 필에너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에이엘티는 공모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지난 11~12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836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도 희망 범위(1만6700~2만500원) 상단을 초과하는 2만5000원에 결정됐다.
일반 청약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 17~18일 일반 공모 청약의 최종 경쟁률은 약 2512대 1로,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7조원이 넘게 모였다.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 그대로 드러났다.
문제는 상장 직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주식 물량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750여명의 소액주주가 에이엘티 주식 292만741주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 전 지분율로는 38.62%에 달한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종목이라 소액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회사는 “이들 주식을 포함해 확약이 걸리지 않은 기관투자자 지분 등을 포함해 상장예정 주식(848만9671주) 중 45.7%에 해당하는 (387만5905주)가 상장 당일 유통될 수 있다”고 했다.
상장 전 일찌감치 투자에 나선 FI 역시 투자금 회수를 준비하고 있다. FI는 상장 전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얻는데, 상장 이후 한 달 뒤부터 주요 FI의 보호예수가 줄줄이 해제된다.
디에이밸류-어니스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가 47만4770주, 3개월 뒤에는 47만8455주를 팔 수 있다. 이 지분만 공모 후 기준으로 10.64% 수준이다. 이어 BNK투자증권, 디티앤-케이아이에스그로쓰(DTN-KISGrowth) 2021투자조합, 에스티-제이엘신기술조합 제2호 등도 1개월 이후부터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대다수 FI들이 에이엘티 상장을 통해 자금 회수를 고대했던 만큼, 보호예수 해제 후 곧바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에이엘티는 2021년 10월 예비 심사를 청구했지만, 내부 통제 제도를 지적받으면서 상장 절차를 철회한 바 있다. 상장 재도전에 나선 이유도 FI들의 자금 회수가 시급해서다.
산업은행은 에이엘티가 상장 전 발행한 전환사채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 전량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보통주 47만588주가 새로 발행된다. 특히 전환단가가 8500원에 불과해 산업은행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하고,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에이엘티 공모가(2만5000원) 기준으로도 3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 수가 많고, FI 지분도 높아 에이엘티가 제2의 필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 14일 상장한 필에너지는 첫날 237.06% 급등했다. 그러나 당일 장 마감 후 전환사채 투자자가 대규모 전환청구권이 행사하면서 다음 날 22.34% 떨어졌다.
전환된 주식의 상장 예정일은 26일로, 아직 상장되지 않았지만, 오버행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주가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당시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전환사채 규모는 160억원,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주식 수는 12만주로, 유통 가능 주식 수의 45.9%에 달했다. 전환가액은 1만3333원으로, 19일 종가(9만8600원) 기준으로도 7배가 넘는 차익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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