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층 런던 호텔, 레고처럼 쌓아올린다…이상 기후 영향 최소화

전준우 기자 2023. 7. 2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상하는 K-건설]④모듈러 시공 보폭 넓히는 GS건설
건설 현장서 직접 시공 최소화…고품질·안전관리 가능

[편집자주] 국내경기의 침체와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건설수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우리경제에 큰 공헌을 했던 건설업계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원팀코리아'를 통한 세일즈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뉴스1>에선 아시아, 유럽, 중동 등에서 다변화, 고수익 전략을 끌어 나가는 해외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GS건설 자회사인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 39이스트로드(East Road)에 시공 중인 모듈러 호텔 공사 현장. ⓒ News1 전준우 기자

(런던=뉴스1) 전준우 기자 =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 중심인 뱅크스테이션의 북쪽 1.3㎞에 위치한 39이스트로드(East Road)에선 각종 건설 장비가 쉼 없이 작동 중이었다. GS건설 자회사인 '엘리먼츠 유럽'이 양옆 건물에 바로 밀접한 좁은 부지에 짓고 있는 23층 높이의 호텔 공사 현장이다.

이 호텔은 일반적인 건설 방식과 달리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진다. 지하 2층, 오피스 5개 층은 콘크리트 현장 타설로 진행한 뒤 상부에 위치하는 호텔 17층은 직접 디자인한 모듈을 3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텔포드 자체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현장으로 운송해 설치하는 공정으로 진행된다.

모듈을 하루에 4개 층씩 240여개 모듈을 레고블록처럼 조립, 호텔 17층 높이로 쌓아 올리게 되는 방식이다.

◇공장에서 모듈 완성 후 현장서 조립…계절적 영향·노동력 문제 해결

GS건설은 지난해 3월 기존 건물 철거한 뒤 7월부터 지하층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건물의 뼈대인 계단·엘리베이터가 들어설 23층 높이 콘크리트 기둥을 먼저 세운 뒤 현재 오피스 5개 층을 콘크리트 시공으로 한창 작업 중이다. 오는 9월 중순부터 모듈을 설치해 내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모듈을 완성한 뒤 이동하다 보니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보다 계절적 영향을 적게 받고, 이에 따라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만큼 계절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장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적인 건설 방식인 데다 건설 현장 인력 문제도 해결할 새로운 해법으로도 주목받는다.

런던 현지에서 만난 최기호 GS건설 프리팹 사업그룹 책임은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생산한 뒤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방식이다 보니 하자가 적고, 품질이 보장된다"며 "건설 현장 업무는 3D로 인식해 인력이 갈수록 부족한데 노동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현장의 분진, 소음에 따른 민원도 줄일 수 있고 콘크리트 작업과 달리 철근은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탄소 저감 등 친환경성도 높다"고 전했다.

특히 GS건설이 짓고 있는 호텔 부지와 같이 양옆에 건물이 밀접해 있는 경우 기존 공사보다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모듈러 시공은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 바로 옆 건물 내에는 오피스가 있어 업무가 한창인데, 자칫 공사로 인한 소음이 장기화할 경우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데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셈이다.

엘리먼츠는 기존 건설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화장실 모듈러(Bathroom POD)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 책임은 "시공이 어려운 화장실 모듈러만 따로 만들어 시공사에 연간 3000개 안팎을 납품하고 있다"며 "기존 건설 방식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배수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자회사인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 39이스트로드(East Road)에 시공 중인 모듈러 호텔 공사 현장. 오피스 5개 층은 콘크리트 타설로 우선 작업한 뒤 17개층을 레고블록처럼 쌓아 올릴 예정이다. ⓒ News1 전준우 기자

◇선진국 중심 모듈러 시장 계속 성장…"해외 수주 가능성도 높아"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모듈러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는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지체 등을 개선하기 위해 2016년부터 모듈러 시공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건설업계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공감대가 크다. 규모가 큰 오피스보다는 아파트, 호텔, 기숙사 등 주거시설에 유용한 시공 방식으로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엘리먼츠는 현재 이스라엘의 모듈러 사업에 대한 자문을 진행하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초거대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 준공식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어 해외 수주 가능성도 높은 시장"이라며 모듈러 공법 확산과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모듈러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로, 사업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건축법상 13층 이상 건축물의 주요구조부는 3시간의 내화가 필요한데 영국은 2시간이면 된다.

'3시간 내화'는 철골에 석고보드를 둘러싸는 방식으로 불이 날 경우 건물이 3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의미인데, "화재가 3시간 지속 시 건물 지탱만으로 안전이 유지되기 어려운 만큼 현실적으로 과한 규제"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GS건설 자회사인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에 23층 높이의 모듈러 호텔을 짓고 있다. 사진은 월별 공정 과정. ⓒ News1 전준우 기자

junoo568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