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닮았는데 아직은..성장통 겪고있는 ‘벌랜더의 후계자’[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벌랜더의 후계자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7월 19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패했다. 이날 휴스턴은 1회초 3점을 선취했지만 3-4 역전패를 당했다. 후반기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한 휴스턴은 최근 5연승을 달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 텍사스 레인저스와 승차가 4.5경기로 벌어졌다.
올시즌 영 득점력이 좋지 못한 타선은 이날 쿠어스필드 경기였음에도 '불펜데이'에 나선 콜로라도 마운드를 상대로 1회 이후 득점하지 못했다. 그리고 선발투수가 타선이 시작과 동시에 안겨준 리드를 곧바로 잃은 것이 컸다. 이날 선발투수는 5.1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헌터 브라운이었다. 브라운은 이날 부진으로 시즌 7패(6승)째를 안았고 평균자책점이 4.26까지 올랐다.
1998년생 우완 영건 브라운은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현재까지도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데뷔해 20.1이닝을 투구한 브라운은 올해 신인왕 자격이 있는 루키. 루키가 풀타임 로테이션을 지키며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쉽다. 휴스턴에 있어 브라운은 그저 한 명의 루키가 아니기 때문이다. 브라운은 올시즌에 앞서 팀을 떠난 저스틴 벌랜더의 '후계자'로 불리는 기대주다.
휴스턴이 2019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지명한 브라운은 대학 신인으로 마이너리그를 3시즌만에 통과했고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59경기 230이닝, 17승 11패, 평균자책점 3.40. 꽤 높은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지만 브라운은 '특급 유망주'까지는 아니었다. 싱글A와 더블A에서 평균자책점이 4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트리플A 승격 후 한층 성장했고 지난해 트리플A에서는 23경기 평균자책점 2.55로 빼어난 피칭을 했다. 그 결과 빅리그의 부름까지 받았다.
지난해 브라운은 휴스턴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빅리그에서 등판한 경기는 겨우 7경기. 그마저도 선발등판은 2경기 뿐이었지만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0.89의 빼어난 성적을 썼다.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렸고 비록 월드시리즈에서는 등판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로스터에 포함돼 공식적으로 '우승 멤버'가 됐다. 지난해 브라운의 활약에 만족한 휴스턴은 그를 올시즌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다.
시작은 좋았다. 브라운은 4월 한 달 동안 5경기 30.1이닝을 투구하며 3승,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했다. 3번의 승리는 모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며 따낸 것이었다.
강력한 시작 이후 본격적인 기복이 시작됐다. 5월 6번의 등판에서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4.78에 그쳤고 6월에는 4번의 등판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3.65로 다소 반등하는 듯했다. 하지만 7월에는 3번의 등판에서 3패, 평균자책점 8.76으로 무너졌다. 7월 세 번의 등판에서는 한 번도 6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이날 기록한 5.1이닝 4실점이 7월 세 경기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다. 7월 첫 등판까지는 3점대를 유지한 평균자책점도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4.12로 올랐고 이날 부진으로 4.26이 됐다.
브라운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평균 시속 96마일 이상의 빠른 패스트볼을 던지는 브라운은 9이닝 당 10.69개의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다. 그러면서도 볼넷이 크게 발목을 잡지 않는다. 브라운의 9이닝 당 볼넷 허용은 2.99개. 리그 평균 수준이다. 물론 제구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볼넷에 늘 발목이 잡히는 '전형적인 파이어볼러 유망주'의 모습은 아니다. 한 경기 4개 이상의 볼넷을 허용한 것은 단 한 번 뿐이었고 이날 콜로라도를 상대로도 볼넷은 없었다.
문제는 리그평균(0.245)보다 높은 피안타율(0.259)이다. 공짜 주자를 지나치게 내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한 값을 치르는 주자'는 잘 막지 못한다. 많이 맞으니 성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브라운이 '벌랜더의 후계자'인 이유는 벌랜더를 쏙 빼닮은 투구폼, 그리고 벌랜더와 유사한 투구 스타일 때문이다. 벌랜더를 최고의 투수로 만든 것은 높은 타점에서 시작해 '떨어지지 않는' 강력한 하이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 그리고 타이밍을 뺏는 커브의 조합이었다. 브라운 역시 타점 높은 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를 조합하는 투수다. 벌랜더는 슬라이더, 브라운은 커브에 더 비중을 둔다는 차이는 있지만 두 투수의 피칭을 굉장히 닮았다.
하지만 브라운은 아직 벌랜더의 제구는 닮지 못했다. 리그 평균보다 스트라이크율이 조금 떨어지는 '컨트롤'도 아쉽지만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커맨드'의 아쉬움이 더 크다.
하이 패스트볼을 활용하는 투수들의 전략은 '패스트볼은 높게, 변화구는 낮게'가 기본이다. 벌랜더는 이 기본을 누구보다 철저히 지킨 선수였다. 하지만 브라운은 가장 자신있는 변화구인 커브를 제외하면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모두 스트라이크 존 중단에 모이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패스트볼, 아무리 예리한 변화구라도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오면 결국 맞을 수 밖에 없다.
베이스볼 서번트의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에서 리그 평균 혹은 그 이상을 기록 중인 브라운이 유독 리그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허용한 평균 타구속도와 강타 허용율이다. 타구 속도는 하위 20%, 강타 허용율은 하위 14%에 그치고 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향하며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강하고 빠른 타구의 허용도 많은 것이다. 워낙 구위가 좋은 덕분에 피장타율이 0.404나 되면서도 9이닝 당 피홈런은 1개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물론 벌랜더 역시 24세 때는 완벽한 투수가 아니었다. 신인왕을 차지하며 데뷔해 성공가도를 달린 벌랜더지만 25세 시즌(2005-2008)까지만 해도 9이닝 당 3.3개의 볼넷을 내주며 탈삼진은 7.2개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투수였다(2009년 이후 BB/9 2.3개, K/9 9.5개). 이제 공식적인 루키 시즌을 치르고 있는 브라운도 성장통을 겪은 후 진정한 '포스트 벌랜더'로 성장할 수도 있다.
휴스턴은 지난겨울 계약이 만료된 벌랜더와 과감히 결별했다. 그 배경에는 브라운에 대한 큰 기대감도 있었다. 과연 좌충우돌 성장통을 겪고 있는 브라운이 남은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앞으로 어떤 투수로 성장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헌터 브라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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