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외야수 대신하던 간절함 어디에…충격의 2군 가혹행위, 육성선수 신화는 더 이상 없다
[OSEN=이후광 기자] 한때 ‘국대 외야수’ 최지훈의 공백을 메우며 큰 주목을 받았던 최상민(24·SSG 랜더스)이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최상민은 지난 19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상벌위원회로부터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KBO는 “최상민이 6일 강화 SSG필드에서 훈련 휴식 시간 중 일부 선수단에게 가혹행위를 하며 제 151조 [품행손상행위]에 근거해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SSG는 선두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 6일 퓨처스팀 캠프가 차려진 강화 SSG 퓨처스파크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발단은 이랬다. 4년차 내야수 이거연이 2023 신인 내야수 김건웅의 태도에 문제를 삼고 점심시간에 후배들을 불러 모아 단체 얼차려를 가했다. 얼차려 이후 7년차 투수 이원준이 원인을 제공한 김건웅을 방망이로 폭행했고, 최상민이 또 한 번 집단 얼차려를 진행했다.
KBO는 “이원준, 이거연, 최상민은 훈련 휴식 시간 중 일부 선수단에게 가혹행위를 했으며, 이 중 이원준은 추가로 야구 배트로 특정 선수의 허벅지를 2회 폭행했다”라고 발표했다. 13일 SSG 웨이버 공시된 이원준은 72경기, 이거연은 최상민과 함께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각각 받았다.
북일고 출신의 최상민은 2018 SK 와이번스(현 SSG)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단했다. 1군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입단 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현역 포병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고, 마침내 지난해 4월 29일 두산전에서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지만 27경기 타율 7푼1리 1타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다.
2023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최상민은 벤치를 전전하다가 주전 중견수 최지훈의 부상으로 마침내 출전 기회를 잡았다. 최지훈이 28일 인천 두산전에서 홈을 쇄도하다가 발목을 다친 가운데 최상민이 교체 출전해 시즌 첫 안타와 첫 득점을 동시에 신고했고, 이튿날 최지훈의 1군 말소와 함께 선발 중견수 중책을 맡아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인생경기를 치렀다. 프로 통산 2안타가 전부였던 그가 하루에 2안타를 쳤으니 인생경기라는 수식어가 당연했다.
당시 최상민의 인터뷰 또한 제법 화제가 됐다. 육성선수로 입단해 현역 입대를 거쳐 무려 5년 만에 이름 석 자를 알린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며 준비를 열심히 했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는데 조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고, 2군 코치님들이 마음을 잡아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최상민은 1군에서 줄곧 외야 백업을 맡다가 지난달 29일 말소되며 강화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이후 2일 퓨처스리그 LG전에서 6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나흘 뒤 선수단에서 금기시 되는 가혹행위를 했다. 최상민은 가혹행위 이튿날인 7일 고양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2루타, 볼넷, 도루를 기록했다.
아울러 최상민은 취재진을 향해 “또 누가 다치거나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면 내가 나가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올 시즌 목표다”라고 슈퍼백업을 자처한 바 있다. 그러나 충격의 가혹행위에 따른 징계를 받으며 1군은 물론 2군에서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한편 3년 만에 다시 2군 폭력사태가 터진 SSG는 “‘품위손상 근절 서약서’ 제도를 신설, 매년 계약 시점에 서명함으로써 선수 스스로 제도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겠다. 선수단 자체의 소통을 위한 집합 역시 사전 신고제로 운영해 집합의 목적과 장소, 시간 등을 위반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관리해 나가겠다. 다시 한 번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팬 여러분께 더욱 사랑 받는 SSG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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