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시대의 콘텐츠 시장과 공정위의 역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2023. 7. 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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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연간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약 148조1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또한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도 콘텐츠 시장의 플랫폼 의존성을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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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거래위원회

지난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연간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약 148조1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콘텐츠산업에 포함된 모든 산업의 전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영화·음악·광고산업은 19%에서 25%에 달하는 비약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콘텐츠산업의 올해 성장률 또한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보이며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콘텐츠 시장에서도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졌다. 또한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도 콘텐츠 시장의 플랫폼 의존성을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 화제가 된 영화나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 심지어 예능이나 게임까지도 알고 보면 웹툰이나 웹소설이 원작인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하나의 산업이 다른 산업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다양하고 편리한 매체를 제공하고 창작자와 제작사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낮춰 주는 등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거래상대방 간 힘의 불균형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콘텐츠 시장 내 지위의 비대칭성이 공고해지면서 플랫폼과 창작자, 플랫폼과 제작사 등 시장 참여자 간의 관계에서 갈등이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시장의 환경변화에 맞춰 공정거래위원회도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화가 진행되면서 산업이 독과점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불공정관행에 대한 감시와 시정 요구가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에 발맞춰 콘텐츠 시장의 거래관행 개선을 중요 업무 중 하나로 선정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만화·웹툰·웹소설 등의 약관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OTT 산업의 불공정관행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한 혐의가 있는 사건에 대한 심의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웹툰 분야의 표준계약서 제·개정, 연예기획사 실태조사, 콘텐츠 창작자 등에 대한 피해 예방 교육 등에 있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업해 나가고 있다. 콘텐츠산업이 건전한 거래관행 속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전체의 끊임없는 노력,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정위와 문체부는 앞으로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보상은 노고에 대한 공정한 대가이자, 창조의 원동력이다'라고 했다. 불공정한 관행으로 시장이 왜곡돼 콘텐츠 시장 참여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창작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콘텐츠에 합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공정거래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콘텐츠산업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고 우리 문화를 꽃피우는 길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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