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자리 숫자의 아이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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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지난해 창원에서 태어난 아이는 생후 76일 만에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났다.
생존이 확인된 아이는 1025명에 그쳤다.
친모에게 버림 받아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응할 수 없었던 그 아이도 만 3세가 되던 해에 전수조사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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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창원에서 태어난 아이는 생후 76일 만에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아이의 출생신고 흔적은 없다. 세상에 남긴 흔적은 '22로' 시작하는 일곱자리 신생아 임시번호가 유일하다. 신생아 임시번호는 출생 직후 예방접종을 위해 신생아에게 임시로 부여하는 번호로, 출생신고와 무관하게 남는 출산기록이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신생아 임시번호에 주목했다. 출산기록이 있지만 출생신고 흔적은 없는 아이들, 감사원은 '무적자'라고 했다. 무적자의 존재는 비극으로 연결됐다. 친모에게 살해돼 냉동고에서 발견된 아이들, 출생 이틀 후 친모 손에 매장된 아이까지. 하루하루 새로운 비극이 베일을 벗었다.
복지부는 서둘러 전수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신생아 임시번호만 존재하는 아동 2123명이다. 생존이 확인된 아이는 1025명에 그쳤다. 249명은 사망했다. 사망한 아동 7명은 범죄의 희생양이었다. 이와 별개로 경찰이 수사 중인 아이도 814명에 이른다. 경찰청 설명을 들어보면 앞으로 전해질 비극은 더 남은 것 같다.
파헤치기 힘든 진실도 존재한다. 감사원의 지적과 복지부의 전수조사는 2015년 이후 사례만 반영했다. 그 전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세상에 출산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아이들의 생사는 알기 어렵다. 외국인 아동과 병원 밖 출산 아동 등 이번 전수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아이들 역시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 현실을 몰랐을 리 없다. 출생통보제 논의가 수년째 이어진 게 그 방증이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비극이 전해지고서야 제도가 바뀌었다. 숱한 논의만 이어졌던 출생통보제는 지난달 국회를 급하게 통과했다. '솜방망이 처벌' 지적을 받았던 영아살해·유기의 형량도 늘어났다. 감사원 지적 후 한달도 되지 않아 이뤄진 일이다.
제도를 정비한다고 세상이 완전히 바뀌는 건 아니다. 제도권 안에서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초등학교 예비소집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취학대상 중 국내에서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아동은 2명이다. 교육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그 중 1명이 생후 100일 만에 친모로부터 유기된 사실을 6년 만에 확인했다.
이 사실은 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복지부는 2019년부터 매년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만 3세 아동이 조사 대상이다. 친모에게 버림 받아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응할 수 없었던 그 아이도 만 3세가 되던 해에 전수조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안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세상에 제대로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하늘의 별이 됐다.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오지 않은 나머지 1명의 행방은 아직 수사 중이다. 올해 만 3세 전수조사에서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1명도 여전히 수사 중이다. 언제까지 이 아이들을 '유령 아동'으로 불러야 할까. 제도권 안팎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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