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세금인상 항의' 시위 격화…12명 사망·300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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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세금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경찰의 최루탄 발포로 12명이 사망하고 야권 인사를 포함한 시민 300명이 무더기로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케냐 경찰은 수도 나이로비의 키베라 빈민가를 비롯해 야권 지지세가 강한 호마베이, 키시이, 미고리 등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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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 16% 인상에 분노 고조…나이로비 등 주요 도시 셧다운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케냐에서 세금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경찰의 최루탄 발포로 12명이 사망하고 야권 인사를 포함한 시민 300명이 무더기로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케냐 내무부는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한 전국에서 기물파손, 약탈, 방화, 경관 폭행 등이 발생해 3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된 시민 중에는 야당 고위 인사 9명도 포함됐다.
이번 시위는 야권 연합 '아지미오 라 우모자'(통일의 맹세)의 라일라 오딩가 대표가 정부의 세금 인상에 항의하자고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오딩가 대표가 반(反) 정부 시위를 벌인 건 이달 들어 세번째로 이번엔 오는 21일까지 사흘 연속 가두행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야권의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경찰이 범죄자와 무정부주의자, 혼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을 상대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발목을 잡고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케냐 경찰은 수도 나이로비의 키베라 빈민가를 비롯해 야권 지지세가 강한 호마베이, 키시이, 미고리 등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당국은 정확한 사상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집회에서 경찰이 돌을 던지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날 최루탄 외에 실탄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일부 시위대는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나이로비를 비롯한 몸바사와 키수무 등 케냐 주요 도시에선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았다.
지난 12일 시위에선 경찰의 진압으로 10명이 사망했으며 최루탄을 맞은 어린이 53명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시위대 충돌이 끊이질 않자 케냐 주재 13개 서방 외교관은 전날 인명피해를 우려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계는 여야가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루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서민의 이익을 옹호하겠다며 당선됐지만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달에는 국가부채 상환을 명분으로 연료 부가세를 16%로 기존 대비 두배 이상 인상해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오딩가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대선에서 케냐 역사상 가장 근소한 23만표(1.64%) 차이로 당시 부통령이었던 윌리엄 루토에게 패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한 오딩가 대표는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케냐 대법원은 이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이에 지난 3월부터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다.
영수회담을 계기로 4월부터 두달간 소강 상태를 보인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정부 발의로 세금 인상안을 담은 재정법이 통과되자 다시 활기를 띄게 됐다. 케냐 민간분야연맹(KEPSA)은 시위로 인한 국가경제 손실은 하루 평균 30억실링(약 270억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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