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명조끼도 없이 해병대를 급류 수색에 투입했다니
19일 한 해병대원이 하천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 피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해병대는 장병들에게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은 채 수색 작업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은 이날 오전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수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인간 띠’를 만들어 강바닥을 수색했다. 사람과 사람이 일렬로 서서 물속을 걸으며 수색하는 방법이다. 장병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장화만 신고 수색에 투입됐다. 포병대대 소속 A 일병이 이날 오전 9시 3분쯤 동료들과 대열을 맞춰 수색을 하다가 갑자기 강바닥이 무너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우리나라엔 군인들을 아무 일에나 막 동원할 수 있다는 나쁜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 산불, 산사태, 수해 복구 등 험하고 궂은 일에 장병들을 동원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엔 구제역 사태 때 연인원 수십만명의 군 인력을 돼지 등 가축 살처분 작업에 동원하기도 했다. 물론 국가적인 재난 현장에 장병들을 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여야 하고 기본적인 안전 장비는 지급하고 투입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큰 사고가 난 현장에 수색하러 갔는데 어떻게 구명조끼 같은 기본 안전 장비조차 지급하지 않고 급류 속에 투입할 수 있나. A 일병의 아버지는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 이거 살인 아니냐”며 오열했다고 한다.
장병들은 기본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국민이다. 아무 일이나 막 시켜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간 젊은이들을 함부로 소모품 취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가피하게 투입할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갖추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군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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