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년 상승률 63%… 자영업자도 노동자도 피해자

곽래건 기자 2023. 7. 20.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9860원

최저임금위원회가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9620원보다 2.5% 오른 것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할 때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회의장 박차고 나오는 노동자 위원들 - 19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노동자 위원들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위 노동자 위원들은 이날 최저임금 표결에 참여했지만, 항의 표시로 표결 직후 8명 전원이 집단 퇴장했다. /뉴시스

최저임금은 2017년 6030원에서 7년 만에 3830원(63.5%)이 올라 9860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41.6%)이 물가상승률(9.7%)을 크게 웃돌았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법제처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28개 법령에서 활용된다. 실업급여부터 특별재난지원금까지 46개 분야의 지급액 결정 기준으로 쓰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180여 개 일자리 사업에도 최저임금이 사용된다. 지난 7년간 60%가 넘는 최저임금 상승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짓누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이 1만원에 못 미친 것에 대해 실질 임금 삭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그러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더는 못 버틴다’는 아우성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69)씨는 직접 밤을 새우며 11시간씩 카운터를 지킨다. 객실 청소도 직접 한다. 인건비 부담에 직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5~6년 전만 해도 직원 1명당 월 180만원이면 됐는데, 지금은 각종 수당을 더하면 월 300만원은 줘야 한다”며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는 지금도 매일 밤을 새우는데, 인건비가 더 오르니 난감하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경북 포항에서 편의점을 하는 정모(44)씨는 “남편과 12시간 맞교대로 가게를 지킨다”며 “부부가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매일 아침 7시 서로 인수인계할 때와 아르바이트를 쓰는 주말뿐”이라고 했다. 정씨는 “실제 남는 돈이 월 200만원이 안 될 때도 있다”며 “아이들 위해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직원을 안 쓰는데 너무 힘들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3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조모(63)씨는 “코로나로 장사가 안돼 빚이 3억원 넘게 불어나는 동안 직원 일당은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랐다”고 했다. 그는 “직원을 9명에서 6명으로 줄였는데, 이제는 직원 인건비 대려고 유일한 재산인 집까지 팔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근로자들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올해 이미 일본의 평균치를 뛰어넘었다.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정한 올해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961엔(현재 환율로는 8700원)이다.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9620원)이 920원쯤 더 높은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일본 도쿄의 올해 최저임금(1072엔·9710원)에 육박한다. 일본은 지역별로 물가 수준을 고려해서 최저임금을 다르게 매기는데, 물가 때문에 도쿄의 최저임금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서울과 지방에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도 나온다. 경북 영덕군은 지난해 세금 수입이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서울 강남과 같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편의점을 하는 박모(52)씨는 “하루 손님 많아야 100명쯤이고 밤엔 손님 거의 없는데도 최저임금이 일본 도쿄 수준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중소 업체들은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금속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양모(60)씨는 “직원 29명 중 9명은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만, 외국인 근로자도 최저임금 적용을 받으니 인건비로만 월 2500만원이 넘게 나간다”고 했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7)씨도 “지금도 순수익이 사실상 ‘제로(0)’ 수준이라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아르바이트 근무 시간을 줄이고, 대신 무인 운영 시간을 늘리려 한다”고 했다.

인건비 부담에 편법·불법이 횡행하기도 한다. 지방의 한 편의점주(26)는 아르바이트생 5명의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낮은 8500원을 주고 있다. 이 점주는 “매출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인건비를 마냥 올려줄 수 없다”고 했다. 불법인 줄 알지만 아르바이트생도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암묵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의 근무 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씩 여러 명으로 나누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도 성행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주 15시간 이상 일하게 하면 토요일 하루 치 임금을 ‘주휴수당’으로 줘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으로 경영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