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오러클... 테크 기업들, 실리콘밸리 떠나 오스틴·시애틀로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소프트웨어 기업 ‘레버X’는 지난 2월 본사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옮겼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레버X뿐만 아니라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마이애미나 텍사스주 오스틴, 캐나다 토론토 등으로 회사를 옮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범죄와 마약 등으로 치안은 엉망인 상황인데, 집값은 계속 치솟고 세율도 높은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쟁 도시들은 샌프란시스코보다 낮은 집값과 쾌적함, 치안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1년 실리콘밸리를 떠나 오스틴으로 본사와 공장을 옮겼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대탈출)’를 발표하면서 “베이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일대) 주택 가격이 높아 먼 곳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다”며 “실리콘밸리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가 있는 새너제이의 방 한 개짜리 아파트 평균 임차료는 2380달러(약 301만원)로 오스틴(1630달러)보다 46% 비싸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러클도 오스틴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클라우드서비스업체인 휼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이미 텍사스 휴스턴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익스피디아 등의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에도 IT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 CBRE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실리콘밸리 지역은 테크 기업들의 사무실 임차가 감소했지만 시애틀은 오히려 늘었다. MS는 시애틀 본사 근처에 건물 17동을 새로 지었고, 애플도 12층짜리 빌딩을 임차했다. 최근 뉴욕에서도 위워크, 텀블러, 킥스타터, 비메오 등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나오면서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창업 도시가 됐다.
국경 넘어 캐나다 벤쿠버도 샌프란시스코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MS는 지난해 벤쿠버 시내에 4개 층의 새로운 사무 공간을 열었고, 이곳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애플과 아마존이 들어선 빌딩이 있다.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이며, 실리콘밸리와 같은 시간대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기술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 발급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실리콘밸리에 있던 이민자들이 벤쿠버로 옮겨갔다. 낮은 범죄율과 깨끗한 도시 환경도 벤쿠버의 강점이다. 넘베오 ‘범죄 지수’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범죄 지수는 61.5로 남미 국가인 볼리비아(61)보다 높은 반면, 벤쿠버의 범죄 지수는 42.8로 미국 도시 평균보다 낮다.
시애틀이나 오스틴 등이 각광받는 데는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도 한몫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8.84% 법인세와 13.3% 소득세를 걷어 미국 내 최고 수준 주(州)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워싱턴주와 플로리다주, 텍사스주는 모두 개인소득세가 없어 실리콘밸리보다 근로자의 실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탈(脫)실리콘밸리 현상은 돈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스타트업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 투자액은 2012년 이래 가장 적었고 벤처투자 상승률은 2020년에 비해 19%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마이애미와 휴스턴, 오스틴의 벤처투자 상승률은 각각 278%, 91%, 7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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